불경기에도 돈버는 사람은 있다. 감량경영이 능사인 세상에서 일거리가 넘쳐 종업원을 늘리고 있다. 세계 2위의 큰 항공사인 유나이티드 에어라인이 파산신고를 하는 판에 시애틀의 한 토종회사는 이윤상승 75%의 결산보고를 해서 눈길을 모았다.
시애틀에서 한 세기 전 신기료 업소로 출발한 노즈트롬 백화점은 10월 31일 끝난 금년 3/4분기 매출액이 1,840만달러로 전년 동기의 1,050만달러를 능가했다고 발표했다. 다른 기업들이 모두 힘들어했던 지난 6개월 동안 줄기찬 성장세를 보인 노즈트롬은 라스베가스 등지에 8개 점포를 신설했고 뉴욕 증시에서도 상향세를 기록했다.
노즈트롬은 현재 전국적으로 27개 주에 143개, 유럽을 중심으로 한 해외에 23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최근엔 캐털로그와 온라인을 통한 수주도 활성화되고 있다. 라스베가스 외에 버지니아주의 덜레스, 미조리주의 세인트 루이스, 플로리다주의 올란도와 코라 케이블 등지에 신설한 새 매장의 총 면적이 1,840여만 평방 피트에 달한다. 금년 매출액에 대한 세금만도 7천1백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잘 알려진 대로 노즈트롬은 보잘 것 없는 작은 사업에서 시작됐다. 남이 거들떠보지 않는 평범한 일에 집요하게 매달려 시작한 사업이 벌써 4대째를 잇고 있다. 시작은 미약했으나 세계적인 백화점으로 창대하게 된 배경에는 숨은 비결이 있다. 마치 작은 열쇠 하나가 무거운 자동차를 움직이고 큰 대문을 여는 것과도 같았다.
이 회사의 창설자인 존 노즈트롬은 1887년 16세 때 스웨덴에서 뉴욕으로 홀홀 단신 이민 왔다. 일한 경험이 없는 데다 영어를 한마디도 못해 취업에 애를 먹었다. 허약한 몸으로 광산과 벌목 판을 떠돌며 겨우 입에 풀칠을 했다. 그의 이민 동료들은 거지가 되거나 범죄자로 몰락했다. 10여년을 방황한 노즈트롬은 1897년 어느 날‘알래스카서 금광 발견’이라는 신문기사를 보고 즉시 괴나리봇짐을 싸들고 노다지를 찾아 떠났다.
그러나 알래스카의 크론다이크 금광 일도 만만치 않았다. 험준한 계곡, 살을 에이는 추위, 실업자 사태, 불한당의 횡포 등 악조건의 연속이었다. 더 견디기 어려운 것은 고독이었다. 22세가 된 노스트롬은 햇볕을 찾아 따뜻한 남쪽나라로 가고싶은 충동을 느꼈다. 악착같이 모은 전 재산 1만3천달러를 싸들고 시애틀로 내려왔다.
시애틀도 막막하긴 마찬가지였다. 돈을 투자할 곳도, 어떻게 사업을 착수할 지도 막연했다. 궁리 끝에 다운타운에서 구두방을 하는 친구를 찾아갔다. 고향 스웨덴에서처럼 서북미 지역에서도 신발 없이는 살 수 없다는 사실에 착안한 노즈트롬은 친구를 졸라 동업자가 됐다. 사냥꾼들로부터 가죽을 헐값에 사서 구두를 만들어 팔았다.
그의 발상은 적중했다. 1901년 노즈트롬 백화점이 시애틀에 생겨났다. 그의 캐치프레이즈는 ▲친절제일주의로 고객을 가족처럼 대한다 ▲다양한 품목을 확보, 헛걸음하는 손님이 없어야한다 ▲품질과 값이 상도를 벗어나서는 안 된다 는 세 가지로 요약된다. 이 사업 전략이 성공해서 노즈트롬은 나이 36세된 1923년에 제2의 점포를 오픈했고, 40세에는 아들 3형제에게 사업을 물려줬다. 현재도 그의 세 가지 캐치프레이즈는 가훈으로 전통을 이어가며 번창하고 있다. 손님들에 대한 친절은 언제라도 상품을 반환할 정도이다.
데니스 앤더스 홍보담당관은 현재 4만5천여 명의 고용인 중 아시안계는 4백여명에 불과하다고 필자에게 알려줬다. 한인 직원은 10명도 채 안 된다고 했다. 지난 해 이 백화점이 소수민족과 여성 고객들을 겨냥해서 투자한 금액은 5억7천1백만달러였다.
작은 열쇠가 큰문을 열 듯 한인들도 작은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대성하면 좋겠다. 시한부 사업은 도박이나 다름없다. 작은 우동 가게도 대물림하는 일본인들의 상도와 자존심이 부럽다. 맨손 들고 이민 온 16세 소년이 세계적 규모의 백화점 주인이 됐듯이 한인들도 작은 열쇠로 사업을 대성시켜 대물림하겠다는 결의를 이 연말에 가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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