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IT시장의 회복 가능성"이라는 컬럼이 나간 후 몇몇 분으로부터 정말로 회복의 가능성이 있냐는 질문을 받았다.
때마침 모 대학교의 연구소에서 베이 지역의 경기 회복은 타지역보다 1-2년 더디게 진행될 것이라는 보고서가 발표되었다.
이 보고서에서는 경기회복의 발목을 잡는 것이 바로 IT라는 분석을 내놓았고, 이를 의아하게 생각했던 것이다.
새삼스런 이야기지만 한때 돈과 인재가 넘치던 실리콘밸리는 1999년 닷컴 붕괴의 직격탄을 맞고 황량한 계곡으로 변해버렸다.
실리콘밸리가 현재 미국 경기회복의 최대 골치거리가 된 것은 그만큼 그 피해가 컸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기업들이 그동안 IT 분야에 과잉투자를 했기 때문에 당분간 그 수요가 없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문제의 책임소재를 따지는 것보다 이제 그 과정을 통해서 치뤘던 값비싼 경험을 가치있게 활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실리콘밸리가 융성하던 시절 하루가 멀다하고 몰려들었던 돈은 하루 아침에 말라 붙었고, IT 인재들은 사방으로 뿔뿔이 흩어졌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그때의 인재들이 다시 돌아오고 있고, 우리의 삶과 기업들의 활동은 갈수록 첨단 산업에 의존하고 있다.
이 점이 바로 실리콘밸리 회복의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는 중요한 부분이다.
우리 귀에 익은 많은 닷컴 회사들(물론 실패한 회사들이다.)의 책임자와 기술자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어 실패의 경험을 나누고 있다. 황금을 찾아 나선 MBA 출신들은 구경제 기업으로 떠났지만, 실리콘밸리의 중심축이었던 IT 전문가들은 그대로 남아 있다. 이들은 동네의 커피숍이나 인터넷을 이용해 허물없이 자신들의 의견을 교환하고 앞으로 다가올 또다른 혁명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역설적이지만 현재 투자 유치가 쉽지 않다는 사실이 새로운 벤처기업의 생존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2000년 투자액은 2백10억달러였지만 2001년에는 60억달러에 불과했다.)
새로운 실리콘밸리는 광기가 휩쓸기 전의 실리콘밸리와 여러모로 닮은 점이 많다.
돈으로 치장한 외모가 아니라 기술과 아이디어로 승부를 할 수밖에 없는 여건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실리콘밸리 경기가 회복세에 있음을 말해주는 사례와 통계가 여기저기서 보도되고 있지만 그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앞에서 말했던 것처럼 새로운 실리콘밸리 문화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에서 희망의 싹을 볼 수 있는 것이다.
몇년전 실리콘밸리 융성의 기반이 인터넷이었다면 새로운 실리콘밸리 혁명의 기반은 새로운 기술들이 될 것이다.
단기적으로 가장 유망한 분야는 무선기술인데 특히 무선 인터넷을 가능케 하는 무제한의 주파수 와이-파이(wi-fi, wireless fidelity)가 주목받고 있다.
또한 미래 과학으로 불려지는 생명 정보 공학(BT, Bio Technology)과 아주 미세한 원자 크기의 장치를 만들어 우리의 일을 대신하게 만드는 기술인
나노 기술(Nano Technology)도 연구가 활발하다. 기존의 테크놀로지들도 계속해서 발전되고 있음은 물론이다.
어쨌든 실리콘밸리 최대의 뉴스는 이젠 일확천금이 아니라 혁신에 화제의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실리콘밸리의 도로가 이전만큼 붐비지 않고, 나스닥도 앞으로 얼마 동안 계속 맥을 못출지도 모르지만 열정을 가진 IT 전문가들이 다시 연구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것은 확실하다.
개인적인 견해로는 이것이 실리콘밸리의 밝은 앞날을 말해주는 가장 강력한 신호라고 본다.
마이크로소프트나 시스코처럼 세계 최대의 IT 회사들은 호황기가 아니라 경기 침체기에 출발했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실리콘밸리에도 봄날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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