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이란 새해가 엊그제 같았는데 어느새 1년이 훌쩍 지나가는 연말을 맞게 되니 참 세월이 빠른가 봅니다.
꽃봉우리 맺히고 희망이 생동하는 봄, 불볕 더위에 짜증스러운 여름, 단풍잎이 떨어지며 쓸쓸한 가을도 어느새 지나가고 이해도 저물어 가는 연말에 “나는 한해동안 무얼하고 살았나?" 하는 회의를 느낌니다.
나는 지난달 생각치도 못한 “식중독"에 어려운 고통을 겪었습니다. 그후 G.I검사(장검사)를 받는 과정에서는 마치 중환자처럼 링겔주사(I.V.)를 맞으며 코에는 호흡용 플라스틱 호수를, 가슴에는 심전기, 이렇게 겁나는 준비를 마치고 잠에서 깨어 난 것 같이 의식이 돌아왔습니다. “아! 내가 또 살아났구나" 하고" 아버지 하나님 감사합니다"라고 중얼거렸습니다.
이 큰 대륙에 와서 반평생 넘게 사는 것도 감사하고, 이 나라에서 하나님을 만난 것도 감사하고, 고생 끝에 편안을 주심도 감사하며, 이 아름다운 숲속에 내 둥지를 마련해 주심도감사하고,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게 해 주시는 것도 감사하고, 온 가족이 건강하고, 건전한 가족생활 하게 해 주심도 감사합니다.
마음에서 울어나는 감사를 느끼면서 이 나라 사람들은 어려서부터 “땡큐"란 말이 자연스럽게 입에서 나오는 반면, 우리들은 “감사합니다"라는 말이 매우 어설프고 인색한 것 같습니다. 그야 오랫동안 전통적으로 유교사상 사회에서 자라온 탓도 있겠지만 점잖고 의젓해야 되며, 양반을 자랑하며, 가벼운 입놀림도 함부로 못했기 때문에 “감사합니다"라는 말도 쉽게 입에서 안나오는 모양입니다.
몇 년전 내가 한국을 방문했을 때 일입니다. 그곳 풍습도 자세히 알지 못하고, 막 버스안에오르니, 아! 잔돈 준비를 미처 못했습니다. 핸드백을 뒤지며 당황한 나는 “어떡하지요! 잔돈준비를 못했는데요. 기사님" 하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그 기사말이 “내리실 때 길거리가게에서 바꾸어 주시요"라는 것이였습니다.
“네, 네, 땡큐”라는 말이 나도 모르게 입에서 튀어 나왔습니다. “아! 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말을 마치고 돌아보니 차안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나를 쳐다 보고 있었습니다.
“웬 할머니가 영어로" 아마 그렇게 생각했을 것입니다. 옆자리에 앉은 한 아주머니가 보기안됐던지 “이 돈으로 우선 내세요. 차가 머무를 시간이 없으니까"하며 도와 주었습니다.
나는 또 “감사합니다"를 연발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나도 이 나라에서 오랫동안 살다보니 아주 쉽게 나도 모르는 사이에”"땡큐"가 입밖으로 튀어 나오나 봅니다.
한해를 보내면서 이번에도 나의 건강을 되돌아보게 해 주신것도 감사하고, 무사히 1년을 보낼 수 있었던 것도 감사하고, 저의 부족한 글을 읽어 주신분들께도 감사합니다.
우리는 또 새해를 맞을 준비를 하면서 좀더 “땡큐", “감사합니다"라는 말에 인색하지말았으면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윤열자/수필가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