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는 초반부터 말까지 미국 경제 사상 가장 활발했던 10년간으로 볼 수 있다. 경제성장 속도에 가속이 붙은 나머지 90년대 후반에는 주식시장에서부터 소비와 투자부문까지 지나치게 과열돼 거품이 터지는 것은 시간문제였었다. 신세기 초부터 경제 각 부문에 걸쳐 시작된 거품 제거 작업은 2년이 넘도록 계속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1년은 더 조정과정을 거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년이 소비자와 기업인들에게 가르친 중요한 교훈 한 가지가 있다면 경제법칙이 건재하고 있다는 사실일 것이다. 일부 경솔한 경제학자들은 최장기 경제성장기록을 경신하며 해를 거듭해서 욱일 충천하던 90년대 말기 경제현상을 들어 경제의 기본법칙인 경기순환 폐기까지 선언하고 사상 최초로 미국경제가 무한정 성장궤도에 진입했다며 흥분했었다. 그러나 현실은 꿈과는 다르다는 냉엄한 사실을 지금도 가르치고 있다. 성장과 불황의 시발점 및 종착시점을 정확하게 알 수 없는 현실과 어떤 현상의 영구성과는 전혀 다르다. 성장기가 끝없이 계속 할 수 없듯이 침체기 또한 무작정 지속되지 않는다. 따라서 현재의 어려운 경제상황도 어느 시점까지 간 다음에는 끝이 나도록 되어있다. 지속기간의 장단만 오리무중일 뿐이다.
꿈이 이루어졌다고 반드시 기뻐할 일은 아니라는 속담은 경청할 만하다. 경제정책 담당자들은 생산성 증대와 물가안정을 가장 중요한 정책목표로 정한다. 이 두 가지 정책면에서만 보았을 때는 미국경제는 지금 큰 잔치를 벌여야 마땅하다. 70년대와 80년대의 낮은 생산성은 미국을 경제 2류국으로 만들고 말 것이라는 우려가 나올 정도로 심각했었다. 50년대와 60년에 이룩한 높은 생산성 덕분에 미 국민들의 생활수준은 급속히 향상됐으며 미국은 경제성장의 황금법칙을 발견한 듯 자신감에 넘쳐 있었다. 그러다가 석유파동을 기점으로 미국의 생산성은 나락으로 떨어지면서 20년 동안 낙심천만이었다.
그 당시 일본 경제는 승승장구하며 아시 국가들은 물론 미국과 유럽까지 경제속국쯤으로 거느리고 말 것처럼 거만을 피운 반면, 미국경제는 생산성 침체와 악성 인플레이션 때문에 자신감을 잃고 갈 곳 없는 거인처럼 초라할 정도였다. 그러나 전열을 재정비한 미국경제는 90년대에 다시 세계경제의 주도권을 되찾았고 같은 시기에 일본 경제는 선진국 경제사상 그 유례를 찾기 힘든 장기 침체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최근 미국경제는 생산성 제고에 성공했을 뿐 아니라 물가안정 면에서도 소원을 이루었다. 생산성은 미증유의 연 성장률 6%에 접근하며 인플레이션은 공식통계로는 연 2% 미만이지만 실제로는 0에 가깝다. 물가도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안정권을 이탈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많은 공산품 가격이 떨어지는 추세를 보여 일반 물가저락을 의미하는 디플레이션까지 염려하게 됐다.
따라서 생산성 증대와 물가안정이라는 가장 바람직한 두 정책 목표를 달성한 마당에 무엇이 걱정인가? 경제학자들은 좋을 때는 필연적으로 악화될 미래 때문에, 그리고 사태가 나빠지면 나빠진 그 사실 때문에 근심 속에 살아야할 팔자를 타고난 것 같다. 90년대 후반기에 무차별적으로 일어난 하이테크 투자 붐의 과실이 미래의 높은 생활수준을 기약하는 바람직한 성과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단기적으로 기업 입장에서 보면 낮은 수요와 높은 생산성은 직원을 충원할 필요가 없게 만들어 고 실업현상을 장기화시키며 경기회복을 더디게 만들고 있다. 물가안정 수준을 넘어디플레이션까지 우려하게 된 배경으로 세계적인 초과 생산 여력을 꼽을 수 있겠다. 미국 뿐 아니라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도 잠재생산 능력은 실질 소비를 훨씬 능가한다. 따라서 기업들은 자사제품의 시장 점유율 하락을 염려해 가격을 올릴 엄두를 못 낸다.
과함은 부족함만 못하다는 선인들의 교훈은 지금도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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