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30대 한인 남성을 만났다. 본보에 보도된 ‘세일즈 전화 금지’ 프로그램에 대한 기사를 본 그가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없겠느냐고 e-메일을 보내왔기 때문이다. 알고 보니 그는 텔리마케팅 소프트웨어 개발을 거의 완료하고 서비스를 대행하는 사업을 준비하고 있었다.
함께 점심을 먹는 자리에서 그는 그 사업을 그만두기로 했다고 털어놨다. "주와 연방 정부가 앞다퉈 시행하려는 법을 피해 일을 할 자신이 없었고 무엇보다 다른 사람들을 성가시게 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웠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는 "결정 사실을 들은 아내도 ‘정말 잘 했다’며 숨기고 있던 속내를 털어놓더라"고 덧붙였다. 가족의 생계를 위해 남편이 열심히 하는 일에 반대할 수도 없어 부인조차도 혼자 속앓이를 했던 것이다.
"사업 방향을 바꿀 기회를 줘서 고맙다"고 인사하고 일어서는 그를 보며 텔리마케팅의 폐해를 다시 한 번 생각했다. ‘무례하다. 짜증스럽다. 지긋지긋하다.’ 이런 단어들이 반사적으로 떠오를 정도로 소비자들의 노이로제는 심각하다. 텔리마케팅이 가장 큰 소비자 불만으로 꼽힌 것도 당연한 일이다.
그들의 세일즈 발언은 따발총처럼 빠르게 발사된다. 실탄이 무궁무진해 오래도 지속된다. 미처 방어를 못해 듣고 있노라면 ‘인생고해’란 말이 절로 생각난다. 말벗이 그리운 노인들은 멋모르고 예스했다가 쓸 데 없는 물건을 사거나 잘못된 금전적 결정을 내리기 십상이다.
더욱 안쓰러운 것은 이민자들이다. 대체로 영어가 서툴어 내용이 얼른 파악 안 되고 혹시나 거래 은행 등에서 걸려온 게 아닌가 싶어 섣불리 끊지도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사기를 당하기도 한다. 이 문제로 본보에 문의해 온 한 한인은 "전화회사에 돈을 내고 번호를 비공개로 했지만 별 효과가 없었다. 텔리마케팅이라면 진저리가 난다"고 말했다.
이제 피할 길이 열렸다. 주 검찰이 1일부터 인터넷을 통해 ‘전화금지 사전등록’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명단은 7월부터 전국 리스트를 작성하는 연방 공정거래위원회에 넘겨진다. 남은 것은 개인의 저녁식사 시간까지도 비집고 들어오는 뻔뻔스런 틈입자로부터 사생활을 보호받기 위해 이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일 뿐이다.
절차도 너무 쉽다. 웹사이트에 접속, 이름, 전화번호, 우편번호만 넣으면 끝난다. 공짜에다 한번 등록으로 오는 10월부터 5년간 텔리마케팅과는 아디오스다. 당장 컴퓨터를 켜고 http://nocall.doj.state.ca.us로 들어가자. 클릭!
김장섭<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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