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검문소 참변 생존주민 분노
“검문소의 미군들에게 손을 흔들었는데 그들은 마구 총을 쏘아댔습니다.”
지난 31일 미군의 전단을 보고 피난길에 올랐던 하산 일가 17명 가운데 11명은 검문소 초병들의 발포로 떼죽음을 당했다. 차에 타고 있던 피난민들 가운데 운좋게 살아남은 바캇 하산(35)도 창졸지간에 세 살짜리 아들과 딸 두명(2세, 5세), 두 부모, 형 2명과 조카딸 2명 등 가족 11명을 잃고 말았다.
하산의 아내 라메아(36)는 야전 육군병원 막사로 찾아온 기자들에게 “아들이 죽고, 두 딸의 머리가 떨어져 나가는 것을 내 눈으로 직접 보았다”며 참담한 슬픔을 삭이지 못했다.
하산에 따르면 이들 일가는 미군 헬기가 뿌린 피난 권유 전단을 받아보고 마을을 떠나기로 결정했다. 문제의 전단은 식탁에 둘러앉은 가족이 웃으며 식사하는 그림아래 “안전을 위해 가만히 있으세요”(To be safe, stay put)라고 아랍어로 적혀 있었다. 그러나 하산은 전단에 단순히 “안전하세요”(Be safe)라고 적힌 것으로 읽었다고 말했다. 하산과 그의 부친은 신변안전을 위해 미사일과 로켓을 쏘아대는 헬리콥터로부터 멀찍이 도망가라는 뜻으로 전단의 내용을 잘못 해석한 것이다.
이에 따라 하산의 일가족 17명은 부랴부랴 74년형 랜드로버를 타고 마을을 떠났다.
하산은 첫 검문소를 지나갈 때 미군 병사들이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몇마일 지나 두 번째 검문소에 가까이 다가가면서 하산의 가족이 손을 흔들자 미군들은 일제히 사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미군 관리는 당초 현장에서 7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으나 현지 기자들은 10명의 민간인이 죽었다고 보도했다. 하산의 부친은 뒤에 육군 병원에서 숨을 거뒀으며 치료를 받고 있는 하산의 형제도 생명이 위태로운 상태라 사망자수는 12명으로 늘어날 수 도 있다.
하산은 육군 위생병이 아랍어로 “실수였다”며 “병사들이 미안하다고 전했다”고 말했다.
육군 병원막사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하산은 머리 상처가 스테이플로 꿰매저 있었으며 아내 라메아도 손이 토막 나고 얼굴과 어깨에 파편상을 입었다.
<우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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