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 기대감으로 군기 풀어져… 지휘부 고심
바그다드 함락과 함께 전쟁의 신속한 종전에 대한 미군 병사들의 기대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주둔군 지휘관들은 언제 닥칠지 모르는 이라크군 잔당들의 게릴라 공격을 우려, 자꾸만 풀어지려는 군기유지에 부심하고 있다.
지난 3주간의 힘든 전투와 행군을 계속한 미해병대 소속 타라와 기동부대는 10일 이라크 사막 복판의 쿠알라트 시쿠르 인근에서 차량 정비를 위해 모처럼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바그다드로부터는 해방된 이라크 국민들의 환호가 라디오를 통해 전달했다.
일부 이라크 북부지역에서는 아직 전투가 계속되고 있으나 쿠알라트 시쿠르와 같은 많은 지역들은 전투지역도 아니고 그렇다고 안전지대도 아닌 애매한 영역에 머물러 있다. 병사들의 태도 역시 어딘지 풀려있다.
이날 한 운전병은 더위를 식히려 철모를 벗었다가 상사에게 호된 꾸중을 들었다. “머리에 총알세례를 받고 싶으냐”는 꾸중에 운전병은 어쩔줄 몰라했다. 다른 해병은 운전중 낙타를 보자 정차하고 일회용 카메라로 기념사진을 찍어댔다. 차에 탄 동료들은 “관광버스가 아냐. 계속 운전해”하며 웃어댔다. 또 한 해병은 컴퓨터로 솔리테어 게임을 즐기고 있었다.
한 병사는 편지를 쓰다가 옆에서 아침을 먹는 상사에게 물었다. “우리가 지금 전쟁 중입니까, 평화유지군 단계입니까?” 상사는 “우린 지금 대기 단계에 있다”며 “대기하기 위한 대기태세”라고 대답했다.
그러나 장교들은 해이한 기강을 우려하는 모습이었다. 글랜 스타네스 중령은 휘하 장교들에게 “아직 전쟁이 끝나지 않았다고 해병들에게 강조하라”고 지시했다.
론 베일리 대령도 언제든지 게릴라 전투가 벌어질 수 있다며 현재를 소강상태라고 표현했다. 그는 “앞으로 전투가 벌어질 수도 있고 평화유지군 임무를 맡게 될 수도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적의 비대칭 전술이 가장 큰 위협이라고 우려했다.
제리 블랙웰 특무상사(35)는 “많은 해병들이 잘못된 안전감을 느끼고 있다”며 이럴수록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개전 이후 처음으로 해병들은 귀환에 대해 얘기하기 시작했다. 메모리얼데이쯤이면 돌아갈 수 있을까, 독립기념일이면 될까.
<우정아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