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이라크내선 게양·부착 금지” 명령
후세인 동상에 미국기 씌운 사건이 발단
바그다드 함락에 성공한 미군측이 이라크 국민들의 자존심을 자극할 수 있는 성조기 게양이나 부착을 금지시키는 등 연합군이 ‘해방군’이 아닌 ‘점령군’으로 비치지 않도록 하는 노력에 돌입했다. 이라크 주민들의 민심 동요나 아랍권 국가들의 반미 감정 폭발을 대비한다는 차원이다.
미군측은 10일 이라크 내에서는 차량이나 빌딩이나 군기지, 또 동상 등에 성조기를 걸거나 부착하지 말라는 명령을 이라크와 쿠웨이트 주둔 부대 전체에게 시달했다. 이에 따르면 이라크 내에서 성조기를 걸 수 있는 지역은 주 이라크 대사관에 한하며 이 명령의 효력은 10일부터 발효된다.
이같은 이라크내 성조기 부착금지 명령이 갑작스럽게 나오게 된 것은 지난 9일 바그다드가 함락된 후 미해병대원이 사담 후세인의 대형 동상이 철거되기 직전에 동상의 얼굴을 성조기를 씌웠던 사건이 계기가 됐다.
9일 아침 바그다드에 진군한 해병대 소속의 에드워드 친 하사는 사담 후세인 동상을 이라크 주민과 미군 장갑차가 함께 쓰러뜨리기 직전 동상 위에 올라가 성조기로 얼굴을 씌웠다 벗겨내고 다시 91년 걸프전 이전에 이라크가 사용하던 국기를 씌우며 주민들의 환호와 박수를 받았다. 그러나 쿠웨이트 국경 부근에 소재한 미해병 V 부대 사령부에서는 그같은 돌발행동이 TV 스크린을 통해 전 세계에 방영되면서 바그다드나 이라크 주민, 또 인근 아랍권들의 자존심과 신경을 거슬리게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미국측 입장에서는 성조기 부착이나 게양이 전쟁의 승리나 애국심의 표출로 자연스럽지만 나라가 외국에 의해 몰락한 상태의 이라크 국민들에게는 ‘점령 선포’로 인식될 수 있다는 것.
실제 이 장면을 시청했던 이라크 내부나 다른 아랍권 국가 주민들 중 많은 수가 이날의 성조기 사건에 충격과 불쾌감을 표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정인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