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가 낭자한 전쟁터가 아니더라도 간호사들의 깨끗하고 하얀 복장은 ‘순백의 천사’를 연상케 한다. 간호복이 어느 정도 정형화된 것은 16세기 초 프랑스 세인트 빈센트 드폴 자선수녀단이 회색 옷에 하늘색 앞치마를 두른 것이 처음으로 기록된다. 이 간호복은 오랜 세월을 두고 독일, 영국 등지로 확산됐고 나이팅게일이 간호학교에서 끈 달린 모자를 쓰고 다니면서 미국에서는 모자가 간호복에 곁들여졌다.
시대와 지역에 따라 모양을 조금씩 달리한 ‘개혁’이 있었지만 간호복이 주는 이미지는 한결같다. 간호복을 입어야 환자를 잘 돌본다고 단정할 수 없지만, 환자들은 평상복을 입은 간호사보다 단정한 간호복을 입은 간호사에게 한결 더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 우리 대뇌에 입력된 ‘간호복의 코드’가 산술적으로 측량하기 어려운 ‘플러스 알파’를 주기 때문이란다.
서방세계로부터 ‘여성 억압’의 표상으로 여겨지는 이슬람 여성의 베일이 지역에 따라 멋을 가미해 부분적으로 ‘개혁’을 하고 있다. 머리에서 가슴, 또는 발목까지 늘어뜨리는 흑백의 단조로운 베일에 다채로운 색과 무늬가 등장했다. 하지만 대다수 이슬람 여성들은 베일을 여성 탄압의 수단으로 보기 보단 “내면을 중시하는 이성관계를 위한 것”이라는 전통에 수긍한다. 개혁과 전통이 공존하는 모습이다.
개혁정당 대표인 유시민씨가 국회의원에 당선 된 후 의원선서를 위한 첫 등원에서 흰색 면바지, 초록색 티셔츠, 감색 상의의 캐주얼 복장으로 나타났다고 해서 말이 많다. “국회가 내 일터이고 일하기 편한 옷으로 입었다”며 이해를 구했지만 한국은 물론이고 이곳 한인들도 갑론을박이다.
“탈 권위주의 행동으로 시원했다” “처음부터 개혁분위기를 확실하게 보여줬다” “양복이 의원 유니폼도 아닌데 무슨 상관이냐” “클린턴도 백악관에서 청바지 입고 일했다” “그깟 복장 갖고 의원들이 퇴장한 것은 편협했다” “사전에 의원들에게 글로써 복장에 관한 양해를 구했으니 문제될 게 없다”는 게 유 의원을 지지하거나 이해하려는 논리이다.
“개혁할 게 없어서 옷으로 하려드는 것이냐” “정장을 한 다른 의원들은 개혁의지가 없다는 뜻이냐” “TV토론 사회 볼 때나 선거유세 땐 정장을 입고 다녔으면서 왜 하필 국회에서는 그런 차림인가” “진지한 개혁세력을 도매금으로 모욕했다” “뭔가 보여주려는 어줍잖은 행동이다” “국회가 패션쇼 장소냐” 는 게 유 의원의 복장에 대한 비판적인 반응이다.
개혁을 표방한 유 의원은 주목받는 젊은 정치인 중 하나다. 개혁할 것은 많고 시간은 제한돼 있다. 중요하지 않은 ‘복장 개혁’이 정작 긴요한 ‘입법 개혁’을 김빼지 않았으면 한다.
<박봉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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