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영사가 바뀌었다. 관심은 자연 신임 총영사에 쏠린다. 사람이 바뀌면 아무래도 변화는 있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이번 이윤복 신임 총영사에 대한 관심과 기대는 어느 때보다 더욱 크다는 생각이다. 이번 총영사 교체가 으레 있는 정기 고위공직자 인사에 따른 게 아니어서다. 국민의 정부에서 참여 정부로 한국의 정권교체와 맞물려 이루어진 인사여서 하는 말이다.
과거 문민정부에서 국민의 정부로 정권교체가 이루어진 직후 있었던 총영사 인사가 생각난다. 국민정부 실세와 끈이 닿는다는 새 총영사가 부임하자 ‘영사관을 드나드는 사람’들의 면면이 바뀌었다. 말하자면 코드가 맞는 사람들로 바뀌었다고 할까. 과거 정권에게 기피 인물로 찍히다 시피 했던 인사가 ‘영사관 단골손님’이 된 경우도 하나 둘이 아니다. 평통인선에는 더 큰 변화가 따랐다. 정권이 바뀌었다는 게 LA에서도 실감이 날 정도였다.
물갈이라면 물갈이였다. 변화라면 변화였다. 그러나 변하지 않은 게 있었다. 서울의 눈치만 보는 영사관 분위기다. 그저 본국 정부에서 지시하는 정책만 따르는 안일한 자세다. 또 본국의 실세 정치인이라도 오면 영사관은 개점 휴업상태다. ‘드나드는 인사’가 비뀌었다고 해서 영사관 체질이 달라진 것도 별로 없었다. ‘말없는 다수’ 보다는 ‘시끄러운 소수’를 염두에 둔 영사정책을 펴기는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이런 말을 하는 건 다름이 아니다. 총영사가 바뀔 때마다 매번 같은 일이 되풀이되어서다. 여러 곳을 방문한다. 각계각층의 의견을 드는다. 영사관의 문턱을 낮춘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다 보면 영사관은 항상 드나드는 사람들, ‘시끄러운 소수’의 포로가 된다. 봉사하는 총영사, 열린 영사관의 모습도 슬그머니 사라진다. 군림하는 총영사, 닫힌 영사관이 된다. 굽신대는 사람들에게만 둘러싸이다보니까 귀가 안들리고 눈이 흐려진 탓이다.
남가주 한인 사회는 상주 인구 50만이 넘는 해외 최대의 한인 밀집지역이다. 그 규모가 방대하다. 그러므로 여론 파악이 쉽지 않다. 게다가 현 시국은 여간 복잡한 게 아니다. 한국서는 민족을 앞세운 반미기류가 거칠 게 없다. 미국서는 반한기류가 만만치 않다. 달라진 안보 환경과 관점 차이 때문이다. 미주의 한인 커뮤니티는 그 한·난의 조류가 만나는 곳이다. 이 점을 명시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윤복 신임 총영사에게 거는 기대와 관심이 그 어느 때 보다 크다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아무쪼록 ‘말없는 다수’의 의견에 항상 겸허히 귀기울이고, 그럼으로써 남가주 한인 사회로부터 폭넓은 존경을 받는 총영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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