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1일 오전 10시30분께. 버뱅크 수피리어 법원 1호 법정.
자신의 아파트에서 아내를 목졸라 살해한 혐의로 검찰에 기소된 김중명(53)씨가 네바다주에서 버뱅크로 압송된 후 처음 법정에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이었다. 노란색 상의에 청색 바지를 입고 수갑이 채워진 채 나타난 김씨는 자리에 앉자마자 울음을 터뜨렸다.
법정 셰리프가 건네준 휴지로 쏟아지는 눈물을 훔치는 그의 모습에서 연민의 정이 느껴졌다. 10년동안 살을 맞대고 살아온 아내를 죽인 범인으로 지목돼 어쩌면 감옥에서 평생을 보내게 될 운명에 처한 김씨. 흉악범들을 다루는 법정에서 그를 지켜보는 동안 ‘이 순간 김씨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가 보이고 있는 눈물은 억울함의 눈물일까 아니면 후회의 눈물일까’ 이런 질문들이 계속 기자의 머리를 맴돌았고 또 확실한 답변을 듣고 싶었다.
약 10분간 진행된 재판이 끝나고 반겨주는 사람도 없는 감옥으로 향하는 김씨의 뒷모습은 무척 쓸쓸해 보였다. 이 사건은 잊혀질만 하면 한번씩 터지는 단순 살인사건이 아니라 가정이 붕괴되면서 일어날수 있는 비극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가족끼리 죽고 죽이는 사건들은 예나 지금이나 한인사회에서 꼬리를 물고 있다. 98년에 발생한 백무본씨 일가족 살해사건, 99년도의 염승철군 모녀 피살사건, 2000년에 일어난 장송남씨 아들 살해사건 등 가정이 산산조각난 엽기적인 사건들을 잇따라 접하면서 한인들은 ‘어떻게 가족끼리 이럴수 있나’라며 분노에 치를 떨었다. 물론 이렇게까지 된데는 원인이 있다.
김씨가 살인 혐의로 경찰에 수배된 지난달 23일 기자는 경찰 관계자와 김씨 이웃들을 만나 많은 얘기를 들었다. 김씨사건을 맡은 수사관은 “김씨가 과거에도 아내에게 폭력을 휘두른 적이 있다”고 말했으며 이웃들의 말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예상했던 대로 비극의 중심에 가정불화가 깊숙이 뿌리내리고 있었던 것이다.
이번 사건으로 김씨의 고교생 딸(16)은 졸지에 어머니를 잃었으며 아버지마저 오랫동안 사회로부터 격리될 운명에 처해 결국 친척의 손에 맡겨지게 됐다.
가정이 깨지면 누구보다 어린 자녀들이 가장 큰 피해자가 될수밖에 없다. 김씨 가정의 불행을 한인사회 전체의 불행으로 여기고 한번쯤 ‘내 가정은 건강한가’라는 질문에 확실하게 대답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구 성 훈<사회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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