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미국의 한 스포츠 매거진으로부터 한국 골프 선수들의 부모들에 대한 기사를 써 달라는 부탁을 받았던 적이 있다. 이 세상의 모든 스포츠를 통틀어 ‘엄마 아빠’가 일일이 붙어 다니는 프로선수는 아마 한국 여자골퍼들밖에 없으니 재미있는 소재는 분명하다.
“은퇴한 다음에 고려해 보죠. 지금 쓰면 나 골프장에 다신 못 나타나요.” 기자는 그때 농담반 진담반으로 이렇게 대답하며 미국 매거진에 ‘데뷔’할 기회를 다음으로 미뤘다. 한국 골프 아버지들의 극성이 대단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에 대해 언급했다가 겪어야 할 엄청난 ‘뒷감당’을 할 자신이 서질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LPGA투어의 미국선수들이 긴급회의를 소집하면서 한국 ‘골프아빠들’의 ‘부정행위’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사실여부를 막론하고 창피한 일이다. 극성 골프아빠들이 있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부모는 물론 언니와 오빠까지 온 가족이 선수에 매달려 다니는 모습이 과히 좋게 보이지는 않고, 또 딸이 부진하면 대회 장소에서 호되게 야단쳐 울리는 등 “선수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한국 부모들이 문제”라는 소리를 미국사람들로부터 들을 때마다 얼굴이 뜨겁다. 이에 대한 가장 인상적인 대답은 한 한국 ‘골프아빠’가 “LPGA투어에는 레즈비언이 너무 많아 어린 딸을 절대 혼자 둘 수 없다”고 말했던 것. 그 다음으로는 “딸을 LPGA 무대까지 끌어올리는데 10억 이상 들었는데 그 돈만 빼면 안 따라다닌다”는 대답이 기억에 남는다.
‘골프아빠들’은 기사에도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한 칼럼니스트의 글을 보고는 전화를 걸어 “얼굴에 침을 뱉겠다”며 욕설을 퍼부었던 아버지도 있었고, 딸에 관해 어떤 기사가 나가느냐에 따라 어떤 신문사 취재기자와는 말을 하지 않는 등 기자들은 이런 일부 아빠들 때문에 곤욕을 치르곤 한다.
아직 아마추어인 13살짜리 골프소녀 미셸 위의 아버지인 위병욱씨도 처음에는 딸에 관한 기사만 뜨면 일일이 이메일을 보내 따지곤 했다. 이렇게 흥분 잘 하고 과보호 하는 스타일이 항상 위태위태했는데 결국 지난 달 US여자오픈에서 LPGA 프로 대니얼 아마카퍼니가 미셸 위에 악담을 퍼붓는 일이 발생했다. 아마카퍼니의 성숙치 못한 행동은 분명 문제지만 이 해프닝은 아버지가 딸의 가방을 메고 나서 LPGA 고참들의 눈에 거슬리는 행동을 많이 해 결국에는 그 딸에게 엉뚱하게 불똥이 튄 결과라는 의견도 있다.
이 규 태
<특집1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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