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처녀가 본 ‘미·불 문화충돌’
‘파리의 미국 처녀’를 주인공으로 한 일종의 풍속 희극인데 너무 잡다한 주제들을 늘어놓아 외화내빈의 비빔밥이 됐다. 고색창연한 시대극을 잘 만드는 제작자 이스마일 머천트와 감독 제임스 아이보리 그리고 각본가 루스 프라워 자브발라 3인조(‘풍경이 있는 방’ ‘하워즈 엔드’)의 현대적 감각이 물씬 풍기는 가볍고 경쾌한 영화로 즐길 만하나 기대치에 못 미친다. 원작은 다이앤 존슨의 소설.
섹스와 사랑, 돈과 패션과 음식, 질투와 살인, 결혼과 이혼 및 미·불간 문화충돌에 라 투어의 그림과 빨간 켈리 핸드백 등 이야기의 재료가 많기도 한데 이것들을 제대로 섞지를 못해 서로들 겉돌고 있다. 로맨틱한 파리의 경치와 미·불의 많은 연기파 배우들 그리고 다양한 주제 등 아주 재미있고 좋은 영화가 될 조건이 충분한데 겉만 번드르르하고 깊이가 모자란다.
파리장 남편 샤를르-앙리(멜빌 푸포)의 둘째 아이를 임신한 시인 언니 록샌(네이오미 와츠)을 만나러 파리에 온 이사벨(케이트 허드슨)은 전형적인 남가주 처녀. 이사벨의 도착과 함께 언니는 남편에게서 버림받는다. 그리고 이사벨은 일단 자기를 고용한 미국 여류소설가 올리비아(글렌 클로스가 마녀 같다)의 젊은 조수와 동침한 뒤 서슴없이 형부의 나이 먹은 멋쟁이 외교관 삼촌으로 난봉꾼인 에드가(티에리 레르미트)의 정부가 된다.
이사벨의 이혼을 놓고 샤를르-앙리의 보수적인 어머니 수잔(레슬리 캐론-’지지’ ‘파리의 아메리카인’)을 비롯한 프랑스가정 대 이사벨과 록샌 그리고 미국서 원정 온 이사벨의 부모(샘 워터스톤과 스타카드 채닝) 등 미국가정 간에 포화 없는 미·불전쟁이 일어난다. 일종의 신풍 대 구풍간의 충돌이다.
미국측은 프랑스 여인들의 스카프 매는 법과 매사에 ‘비앙 쉬르’(그야 물론이지)를 연발하는 정신 자세를 비아냥대고 프랑스측은 드럭과 돈을 위한 살인만 있지 정열의 범죄는 없는 미국사람들을 비아냥거린다. 이런 와중에 샤를르-앙리의 러시아계 새 애인의 미국인 남편(매튜 모딘)까지 나타나 에펠탑에서 총기를 휘두르며 정신을 혼란케 한다. 이사벨의 외국 경험을 통한 새 세계관 터득의 이야기이기도 한데 만사 O.K.식의 끝마무리가 마음에 안 든다.
PG-13. Fox Searchlight. 전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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