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별기고]
▶ 장제국 (한국 동서대학교 교수, 국제협력위원장)
이글은 사할린 동포 인재 양성 캠페인을 펼치고 있는 부산 동서대학교의 장제국교수가 13일 본보를 방문,특별 기고 한 것이다. 장교수는 이글을 통해 사할린에 거주하는 젊은 동포들의 교육을 통한 비전 실현에 한인 동포의 온정을 호소하고 있다.
매년 찿아오는 광복절을 미국에서 맞게 되었다. 본국에서도 8.15 경축행사가 다채롭게 열릴 계획이고, 이 곳 샌프란시스코에서도 우리 교민들이 여러 뜻있는 행사를 준비하고 있는것으로 알고 있다. 특히 올해의 광복절은 이제 선진국의 대열에 진입할 만큼 성장한 국력과 미국 이민 100주년이라는 빛나는 역사와 함께 여느해 보다 더욱 당당하게 맞는 것 같다. 우리민족의 저력을 내외에 과시하고, 이제 불행했던 과거의 멍에에서 벗어나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출로도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광복의 기쁨과 그 후 우리 민족이 국내외에서 일구어낸 괄목할만한 발전을 아직도 멀리서 물끄러미 쳐다만 보고 있는 동포가 있다. 다름아닌 저 멀고 외진 사할린에 거주하고 있는 한인동포들이다. 알려진바와 같이, 사할린에 사는 한인들은 암흑했던 식민지시대에 강제로 사할린 탄광으로 끌려간 사람들과 그 후손들이다. 통계에 의하면, 이렇게 끌려간 한국인이 약 15만명에 달했다고 한다. 전쟁이 끝난후에도 꿈에도 그리던 조국의 땅으로 돌아 오지 못하고 남게된 우리 동포와 그 후손은 약 5만명에 이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에 대한 우리의 관심은 그들이 받았던 어렵고도 억울했던 운명적 삶에 비해 너무도 미약하다. 그나마 1994년 한일 정상회담이후 고령자를 중심으로 일부의 영구 귀국이 추진되어 경기도 안산지역에 거처를 마련해 주는 운동이 벌어져 언론의 반짝성 관심을 끈것이 전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는 사이, 세월은 흘러 이분들은 억장터지는 과거를 가슴에 묻고 한분씩 한분씩 삶의 무대를 뒤로 하고 있다.
문제는 우리가 이분들의 억울하고 원통한 삶을 이런식으로 차츰 잊어가도 되느냐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가 지금 누리고 있는 경제적 발전과 성공적 이민역사는 이렇게 소리없이 사라져가고 있는 이러한 분들이 있었기때문에 가능했는지도 모른다. 보상문제등 자신들이 당연히 주장할수있는 몫에 대한 요구가 묵살 당한 만큼 국가경제발전에 매진할수 있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또한 국민의 안녕과 재산을 지켜야하는 국가의 가장 기초적 의무도 감당하지 못하고, 국민을 외국에 강제이주시키는 엄청난 사건에 대해서 속수무책이었던 국가의 책임도 또한 크다고 하겠다. 그런의미에서 사할린의 우리한인의 운명적 희생은 우리민족 모두의 크나큰 부채이고, 언젠가는 갚아야 하는 의무이다.
필자가 속해있는 부산의 동서대학교에서는 지난 6월말 사할린을 방문했다. 사할린이 러시아 본토로 부터 얼마나 소외되어 있고, 또 얼마나 경제사정이 열악한지를 공항에 내리면 금새 느낄 수 있다. 그러한 열악한 환경속에서 소수민족으로 살고 있는 우리 동포들의 삶이라는것은 어렵기 짝이 없고, 현재 한국과 우리 이민사회가 누리고 있는 그 어떤것도 전혀 상관이 없는 곳이었다. 우리를 더욱 가슴아프게 하는 것은 사할린 동포의 후손들이 또 한번의 운명적 환경을 감내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우수하지만, 가난에 찌들려 상급학교에 진학하지 못하고, 진학한다해도 열악한 교욱환경으로 인해 선진학문을 접하지 못하는 무수한 우리 젊은이들이 1세대의 고통의 멍에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말하자면, 1세들의 고통이 2세, 3세로 대물림되고 있는것이다. 이러한 악순환을 우리는 결코 방치해서는 않된다. 어쩌면 이 고통의 대물림을 중단시키는 것이 온 세계에 흩어져있는 우리 한민족이 이들에게 진 부채를 갚는 유일한 방법일 것이다. 이미 러시아인이 되어버린 2세 3세를 무작정 영구귀국시키는 것도 무책임한 일이고, 단순히 금전적 도움을 주는것도 일시적인것에 불과하다. 한국에 취업을 알선해도 결국은 한국인들이 하기싫어 하는 3D 업종에 종사시켜, 또 한번의 서러움을 경험시키는 것으로 귀결된다면 우리는 역사앞에 또 한번의 죄를 짖는 것이다.
그런의미에서, 이들에게 할 수있는 가장 현실적인 도움은 이 우수한 사할린 젊은이들에게 양질의 교육의 기회를 주는 것이다. 교육의 기회는 이들로 하여금 비젼있는 한국계 러시안으로 성장시킨다. 그래서 우리 동서대학교에서는 사할린에 거주하고 있는 동포 젊은이에게 본국에서 수학할 기회를 주기로 했다. 내년 3월 신학기에 우선 5명의 동포를 뽑아 전액 장학금 지급과 기숙사제공의 조건으로 입학시킬 계획이다. 문제는 이들이 한국에서 생활할때 필요한 경비를 충당하는 일이다. 그래서 이 부분을 부산지역을 중심으로 모금운동을 전개해 매울 계획을 세우고 현재 대대적인 켐페인이 진행중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온 한민족이 사할린 동포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한다는 의미에서 미국에 있는 동포에게도 동참을 호소하기로 하고, 현재 한인타운을 중심으로 모금운동을 전개중이다. "나은 삷을 사는 동포가 혜택받지 못한 동포를 돕자"것이 근본 취지이다. 10월에는 일본 동포사회에도 동참을 호소할 예정이다. 이러한 운동이 계기가 되어 한국의 많은 타 대학도 사할린등 소외받는 한민족 후손에 관심을 가지게되고, 그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주는 켐페인이 벌어지길 간절히 바란다.
다행히도 사할린에는 천연가스가 발견되어 미국과 영국의 석유회사가 대거 진출하고 있고, 일본의 종합상사들도 앞을 다투어 선점을 노리고 있다. 본격적인 경제 건설이 시작될때 우리의 사할린 젊은이들이 당당하게 참여 할수있도록 지금부터 준비 시켜야 한다. 경제 발전의 과정에서 주도적 역할을 할 한민족을 양성하는 것이 진정한 의미에서의 한민족 사랑 실천이고 그들의 아픈과거를 치유할수 있는 길일 것이다..
제58회 광복절을 맞이 하면서, 사할린에 거주하는 젊은 동포들도 자신들의 비젼을 실현할수있도록 미주의 한인동포들의 뜻있는 온정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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