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거주 헬렌 임 할머니-뉴욕의 박승두 할아버지
본보 기획시리즈 계기
박 할아버지 부친은
민족대표 33인의 박희도씨
이들은 28일 생전 처음 만났다. 연로해 눈물샘이 말랐을 법도 하건만 이들은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얼굴을 어루만지며 꿈이 아닌 생시임을 확인하고 울고 또 울었다. 이들은 헬렌 임 할머니(87, 라구나힐스 거주)와 박승두 할아버지(78, 뉴욕 거주)로 관계는 고종사촌. 말하자면 임할머니의 어머니 박영복씨와 박할아버지의 아버지 박희도(3·1운동 민족대표 33인 가운데 한명)씨가 남매 사이인데 이들은 서로 생존해 있는 것을 모르고 살다가 이날 처음 상봉한 것이니 할아버지의 나이인 78년만의 일이다.
“동생을 만나게 될 것이라고는 꿈도 꾸지 못했어.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난 거야.” 동생을 만나게 된다는 사실에 너무 흥분, 넘어지는 바람에 다리를 다쳐 휠체어에 의지하게 된 할머니.
“죽기 전에 꼭 만나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말이 제대로 통하지 않을 줄 알았는데 누님이 한국말을 할 줄 아니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짜면 물이 떨어질 정도로 눈물로 흠뻑 젖은 손수건을 손에 들고 있는 할아버지. 이들의 만남은 ‘삶은 살만한 것’이라는 사실을 증명한 ‘작은 사건’ 이다.
이들의 만남은 본보가 결정적인 단초를 제공했다. 본보는 기획 발굴 시리즈 이민 100년 숨은 인물사를 연재하면서 7편(6월21일 A2면)에 초기 한인사회의 산증인으로 모세, 헬렌 임 부부의 이야기를 실었다.
임할머니가 소지하고 있던 외삼촌 박희도씨의 가족사진이 곁들여진 기사는 뉴욕까지 전달됐고, 박할아버지의 눈에 띄면서 만남은 성사된 것. 똑같은 사진을 집에 갖고 있다고 밝힌 할아버지는 지난 7월 전화통화로 누님의 생존을 거듭 확인했고, 27일 아들부부, 처남과 함께 누님을 만나기 위해 마침내 OC를 찾았다.
미국 최초의 한인 조종사로 상해 임시정부로부터 공군소위 임명장을 받았던 작은아버지 박희성(하워드)씨의 묘지를 찾기 위해 3년 전 샌프란시스코를 샅샅이 뒤졌음에도 불구, 찾지 못해 상심하고 있었던 할아버지는 이번에 누님을 만나는 바람에 소원을 성취하게 됐다. 박씨의 시신은 현재 위티어 소재 에버그린 공원묘지에 안장되어 있다.
임할머니는 초창기 한인 이민자로 광부였던 아버지(권영태)와 평범한 주부였던 어머니의 2남2녀 가운데 장녀로 새크라멘토에서 태어났으며 박할아버지는 77년 미국에 이민, 뉴욕에 정착, 자영업체를 운영하다 지금은 은퇴했다.
할머니는 “동생과 만남으로써 가족관계가 확대된 것이 가장 좋은 일”이라며 “건강하게 오래 살아 동생과 돈독한 친분을 유지하고 싶다”고 말했으며 31일 뉴욕으로 돌아가는 할아버지는 “매우 짧은 여행이지만 너무도 기쁘고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소중한 여행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동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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