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LA에 오는 한국 사람들에게 샤핑 카트에 전 재산을 싣고 돌아다니는 홈리스들은 이색 풍경이다. 초라한 행색, 무기력한 눈빛의 그들은 그러나 이미 이 도시의 익숙한 풍경 중 하나다.
2000년 기준으로 홈리스 중 아시안의 비중은 1%가 안 된다. 그 때문인지 LA 한인타운에서도 홈리스라면 흑인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살다보면 누구나 보금자리를 잃고 주변의 어떤 도움도 얻지 못해 길거리로 내몰리면 바로 홈리스가 된다. 나도 너도 예외가 아니다.
지인들이 널려 있지만 결국은 지하철역을 배회하는 상황으로 내몰린 한국의 노숙자들을 예로 들지 않더라도 도움의 손길을 받기 어려운 각박한 이민사회에는 항상 홈리스의 가능성이 상존해 있다.
급작스런 실직으로, 가정불화로, 정신적 문제로 삶의 난관에 부딪히는 한인들은 적지 않다. 대부분 자신의 노력이나 주변의 도움으로 다시 일어서려는 노력을 하면서 이곳저곳 도움을 요청해 보지만 어떠한 도움도 받을 수 없을 때 강하게 부여잡고 있던 삶의 의지를 맥없이 풀어버릴 수밖에 없게 된다.
재활의 의지가 있을 때, 다시 예전처럼 살기 위해 노력해야겠다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을 때 주변에서 용기라도 준다면 홈리스로 진행될 한 사람의 인생은 바뀔 수 있다.
’결정적 순간’을 놓치고 나면 아무리 돕고자 해도 도움을 줄 수도 받을 수도 없다는 게 한인 홈리스들을 위한 보금자리인 거리선교회를 운영하는 김수철 목사의 경험담이다.
거리선교회에 거주하고 있는 한 한인 여성은 최근 아파트에서 퇴거를 당해 홈리스가 됐다. 약간의 정신장애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그는 렌트도 제대로 냈지만 아파트 소유주 측과 커뮤니케이션을 제대로 하지 못해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 퇴거당했다.
그녀 앞으로 최근 편지 한 통이 도착했다. 아파트 임대 보증금과 퇴거를 당한 달의 렌트를 동봉한 유대인 아파트 주인이 보낸 편지에는 한국사람 중에는 너를 도울 수 있는 사람이 없는 것을 실망스럽게 생각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고 김 목사는 전했다.
배형직<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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