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던 소환선거가 막을 내리고 캘리포니아는 새 주지사를 탄생시켰다. 미국은 물론 전 세계의 관심을 모았던 이번 선거는 정치 신예 아놀드 슈워제네거를 새크라멘토에 입성시킴으로써 신선함을 보였다.
유권자들은 그레이 데이비스 현 주지사의 실정으로 엉망이 된 경제와, 민초에게서 유리된 정치를 복원하는 대업을 슈워제네거에게 일임했다. 경제를 살리고 실종된 리더십을 발휘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위기의식에서 주 사상 처음인 소환선거에 동참했고 슈워제네거가 시원스런 답을 내려주길 원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드림’을 다시금 품게 해 달라는 주문이다.
한인사회도 새 주지사 당선자에게 거는 기대는 지대하다. 소환 찬반에 관계없이 지금 캘리포니아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지 않다는데 공감하고 있다. 평소 민주당을 지지하던 사람들 가운데 적지 않은 수가 소환에 찬성표를 던진 것은 무능한 기성 정치인에 대한 분노의 표출이고 민심이반이다. 슈워제네거를 정치 경험 없는 배우 출신이라고 폄하해 온 주민들도 새 정부가 산적한 현안을 원만하게 풀어주길 고대하고 있다.
슈워제네거는 이민자라고 하지만 사실상 오랜 세월 주류사회 속에서 살아왔다. 이번 선거 캠페인에서도 아시안 유권자들을 겨냥해 채널을 만들거나 각별한 노력을 기울인 흔적이 없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급조한 캠프라서 완벽한 체제를 구축하지 못한 점이 이해는 간다. 하지만 취임 후 빠른 시일 내 대화 통로를 열어 민의 수렴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줄 것을 촉구한다.
소수계 유권자 다수가 소환에 반대했다고 해서 편가르기식 정치를 펴서는 안 된다. 후보와 당선자는 천양지차다. 이젠 캘리포니아 주민 모두를 아우르는 주지사가 돼야 한다. 다른 정치인들에 비해 특정한 이익집단의 입김으로부터 자유로운 슈워제네거이므로 진정한 화합도 가능하다. 슈워제네거는 물심양면으로 지원해 준 열성 공화당원들만의 주지사가 아니고 투표에 참여한 1,000만 유권자들만의 주지사도 아니다. 3,450만 캘리포니아 주민 모두의 주지사임을 한시도 잊어선 안될 것이다.
소환선거의 와중에 빚어진 의회 민주당과의 갈등이 조속히 봉합될 수 있도록 타협의 정치, 상생의 정치를 해야 한다. 평소의 이미지대로 밀어붙이기로 일관해서는 수북히 쌓인 문제들을 처리할 수 없다. 정치신인이 종종 범하는 튀는 언행이 비생산적인 잡음을 야기한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고언이다.
정책을 입안하고 집행할 때 공평의 원칙을 지키면서도 항상 약자의 고충을 염려하는 주지사가 돼줄 것을 당부한다. 올 회계연도에만 재정적자가 80억달러에 달하고, 공약대로 차량등록세를 원상 복구할 경우 40억달러의 세수감소로 적자폭은 더욱 불어난다. 에너지 공급자와 체결한 불리한 조건의 장기계약을 되돌리는 방안을 강구하고 낭비 요소를 발본 색원하더라도 적자재정이 균형을 찾기는 어렵다. 결국 기존의 공공 프로그램에 칼을 댈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소수계가 희생양이 되는 일이 벌어져선 안 된다는 것이다.
콩나물 교실이 개선되지 않고 소수계 주민이 애용하는 보건소가 줄이어 폐쇄되는 등 벌써부터 볼멘소리가 들린다. 각종 복지예산 삭감으로 주 및 시 정부의 프로그램이 축소 또는 폐지된다면 그 파급효과는 불문가지이며 소수계의 삶의 질 저하는 불을 보듯 뻔하다.
슈워제네거는 변화를 희구하는 주민들의 갈망을 충족시킬 의무가 있다. 그리고 변화의 과정에서 소수계의 권익이 침해되지 않도록 세심한 배려가 요구된다. 슈워제네거와 같은 이민자라서가 아니다. 대다수 소수계가 기반 없이 맨 손으로 아메리칸 드림을 일궈 가는 성실한 주민이기 때문이다. 새 주지사 탄생으로 수그러든 성난 민심이 재 폭발하는 일이 있어선 안될 것이다. 민심을 존중하고 두려워할 줄 아는 주지사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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