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바인 고교 총격사건을 다룬 영화로 보는 사람의 마음을 매우 불안하게 만든다. 올해 칸영화제 최우수 작품상과 감독상(거스 밴 샌트)을 받았다.
사로잡는 점이 있기는 하지만 어떻게 이런 영화에게 대상을 주었는지 궁금하다(역대 칸영화제 대상작들 중에는 허접쓰레기 같은 것들이 많다).
밴 샌트는 많은 영화에서 청소년들의 자아 정립과 제 위치 모색을 탐색해 왔다. 이 영화도 그런 종류의 것인데 총격사건을 무심할 만큼 냉정하게 사실대로 묘사하면서 일체의 논평을 회피하고 있다. 총을 쏜 두 아이들의 심적 동기라든지 또 이런 문제의 해결책 등에 관해 일절 언급치 않는다.
전세계적 화제가 된 고교 총격사건을 얘기하고자 할 바엔 단순히 사실 묘사에 그치지 않고 좀더 원인이나 동기 같은 것을 깊이 파고들었어야 옳았다.
거의 시적이라 할 만큼 아름다우면서도 클라이맥스를 향해 점증하는 긴장감이 강한 잘 만든 영화이지만 감독의 이런 철저한 제3자적 입장 때문에 도대체 제작의도가 무엇이냐고 묻게 된다. 이야기가 전연 없다시피 하다.
낙엽이 아름다운 가을 평일의 미 북서부지역(밴 샌트가 사는 포틀랜드)의 한 고교. 카메라가 이 학생 저 학생들이 학교 복도와 식당과 교정을 들락날락하는 것을 그대로 따라 다닌다. 한 상황을 여러 사람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수법을 썼는데 말하자면 한 동전의 앞뒷면을 보여주는 식이다.
사진반 아이가 사진을 찍고, 풋볼선수가 연습을 끝내고 동급생 애인을 만나고, 세 명의 여학생이 식당서 가십을 나누고, 술 취한 아버지를 차에 태우고 온 학생이 열쇠를 학교 사무실에 맡기고, 새로 도서관에서 일하게 된 여학생이 지도교사의 지시를 받는 등 어느 학교에서나 있는 상황이 펼쳐진다.
그리고 마침내 전쟁서 작전계획을 짜듯 살육계획을 면밀히 마련한 알렉스와 에릭이 중무장을 하고 학교에 들어와 총기를 난사한다. 탕 탕 탕 하는 총소리가 초현실적 공포감을 준다.
학생들은 모두 실제 고교생들로 대사도 즉흥적이며 학생들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했다. R. Fine Line. 선셋5(323-848-3500), 뉴윌셔(310-281-8223), 플레이하우스7(626-844-6500), 어바인 유니버시티(800-FANDANGO #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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