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 전 패사디나 시빅 오디토리엄에서는 ‘콜레보레이션’이란 이름으로 한인 젊은이들이 주최하는 탤런트 쇼가 열리고 있었다. 기성세대에 의해 1.5세, 2세로 표현되는 20대 초중반의 한인 젊은이들이 1,500명 이상 모여들었다.
이렇게 많은 젊은이들이 한자리에 모였다는 것은 이들을 잡아끈 ‘그 무엇’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무엇’은 터져 나오는 관객들의 웃음 속에 조금씩 형상을 갖춰나가고 있었다.
무대에 선 사회자나 출연자들이 던지는 농담에는 몇 가지 키워드가 있었다. 부모들이 자신들을 키우며 투박한 발음으로 구사했던 생존형 콩글리시, 한인임을 부정할 수 없게 하는 김치, 스몰 비즈니스에 악착같이 달려들어 일하는 부모의 모습, 아시안으로서 온전히 미국인으로 대우받지 못한 피해의식, 진정한 미국인(?)처럼 되기 위해 백인처럼 되고자 했던 자신의 모습.
어찌 보면 자학적 성격의 개그에 참석자들이 따라 웃지 않을 수 없던 것은 모두들 공감할 수밖에 없는 시절을 통과해 왔고 또한 그 시간은 현재진행형에 있기 때문이다. 가정에서는 부모들을 향해, 학교에서는 친구들을 향해 한국적인 것과 미국적인 것의 완충역할을 하며 어느 한쪽을 다른 한쪽에 온전히 이해시킬 수 없었던 이들의 고민이 한바탕 웃음 뒤에 오는 씁쓸함에서 느껴졌다.
그러나 쇼 중간에 상영된 여러 필름은 ‘이 땅에서 미국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의 어려움을 넘어서 자신의 뿌리와 부모세대를 이해하고 이를 따스한 시선으로 보듬으려는 포용력을 담고 있었다. 미국사회에도 한인사회에도 제대로 편입되기 어려운 주변인이라고 기성세대에 의해 함부로 재단되던 이들은 어느새 저만치에서 정체성을 찾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2000년 인구 센서스에서 한인의 인구는 35세 미만이 전체의 54.2%를 점하고 있다. 한국인의 이민이 1970년과 1980년대 집중적으로 이뤄진 것을 고려하면 이민 1.5세와 2세들은 이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요란스럽게 노출되지 않았지만 한인 커뮤니티의 상당부분을 이미 점하고 있었고 또 점하게 될 1.5세, 2세들은 그 부모세대와는 다른 방식으로 미국에서 살아가는 한인들의 자리를 만들어 가고 있다. 오늘도 그들은 자문한다. 나는 누구인가.
배형직<사회부>
hjba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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