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에 딸린 팔과 다리 같은 육체와 외부 세계와의 경계를 탐구한 독창적이요 총명한 심리 공포영화로 불안하고 보자니 안절부절못하게 되는 특이한 서스펜스 스릴러다. 우리의 육체를 따로 떼어내 하나의 독립된 물체로서 객관적 관찰을 하면서 과연 육체와 그것의 소유주와의 관계는 무엇이며 또 육체의 의미와 역할은 무엇인가 하는 점을 도전적이요 잔인하고 집요하게 따지고 있다.
로만 폴란스키의 ‘혐오’를 연상케 하는 상상력 뛰어난 끔찍하면서 또 어둡고 짓궂게 우스운 작품인데 내면세계의 고뇌를 육체적 가혹행위로 표출하면서 자아를 확인하는 주인공을 연민의 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신경을 매우 건드리는 강렬한 작품으로 매력적이다. 이렇게 희한한 영화를 보기도 힘들다. 프랑스 영화로 주인공으로 나오는 마리나 드 방이 각본을 쓰고 감독으로 데뷔했다.
파리에서 연구 분석가로 일하는 젊고 개성적으로 생긴 에스터는 어느 날 친구와 파티에 갔다가 실족하면서 오른쪽 다리에 깊은 상처를 입는다. 이 때부터 에스터는 자신의 육체와 피부와 상처에 집념하게 된다. 그녀는 자신의 맨살 팔을 애무하고 또 손이나 팔을 꼬집고 다리의 상처를 만지면서 야릇한 쾌감에 빠져든다.
이런 집념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심해지면서 에스터는 자기 몸을 칼과 면도로 자해한 뒤 피를 얼굴에 문지르고 빨아 마시는데 나중에는 잘라낸 피부가 굳어지자 저키처럼 씹어 먹는다. 에스터의 자해행위는 일종의 자애행위인데 이같은 행위를 하느라 그녀는 점점 더 외부세계와 고립되고 에스터의 고립을 이해 못해 좌절감에 빠진 애인 뱅상(로랑 뤼카)과 친구와도 점점 더 멀어지게 된다.
끔찍하고 해괴하면서도 새카맣게 우스운 것은 에스터가 고객과 함께 식당서 식사하는 장면. 환상에 빠진 에스터가 자기 뜻과 달리 따로 노는 팔과 손을 제어하느라 애쓰는 장면이 초현실적으로 충격적이다. 에스터는 이후 혼자 호텔을 찾아다니면서 자해행위를 즐기는데 침대에 누운 그녀의 모습을 옆으로 찍은 라스트 신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에스터에게 깊은 연민의 정을 느끼게 한다. 드 방이 연기도 잘 한다. 성인용. Wellspring. 13일까지 뉴아트(310-281-8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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