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노인들의 건강을 돌보고 있는 가든그로브 소재 ‘새생명 노인복지센터’에서는 20일 하루종일 회원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이날 오전 11시 이곳에서 회원 20여명이 출연한 연극 ‘신판 춘향전’이 공연된 덕분이다.
변사또의 부임 장면부터 시작된 연극은 40분 가량 진행됐는데 관람석에 앉은 회원들은 출연한 다른 회원들의 세련되지 못한 치장과 몸 동작, 어눌한 대사 하나 하나에 박장대소를 터뜨렸고 연극이 막을 내린 후까지 공연을 화제 삼아 이야기꽃을 피웠다.
건강한 노년을 위해 많은 회원들이 참여할 수 있는 이벤트를 마련하고 싶었습니다. 연출을 맡았던 이현주씨는 지난 두달 동안 일주일에 2∼3일간 매일 한시간 정도 연습에 매달려 왔다고 말했다. ‘성춘향’ 비디오 테입을 빌려 서너 차례 시청하면서 새롭게 시나리오를 썼는데 처음에는 소수의 할머니들만 출연의사를 밝히더니 차츰 할아버지들도 동참, 제법 많은 회원들이 출연하게 됐다고 했다.
이도령 역을 맡은 이광자 할머니는 올해 75세. 회원들이 함께 어울려 연습하는 동안 정이든 것도 좋은 일이었지만 나이를 먹었어도 ‘우리도 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을 갖게 된 것이 무엇보다도 보람된 일이었어. 할머니는 여학교 시절에 무대에 오른 경험이 있다고 귀띔했다.
연극이 시작되기 전 분장실에서 만난 홍은경 할머니(이방역)는 맡은 역을 잘 해낼 수 있을까 걱정이 된다고 불안해했으나 막상 연극이 시작되자 대사 하나 틀리지 않고 자연스럽게 역을 소화해 냈다. 이날 연극에는 회원이 아닌 단 한 사람 김현우(77) 할아버지가 자원봉사자로 출연, 장구로 음향효과를 도왔다.
이 센터가 회원들이 출연한 연극을 공연한 것은 이번이 처음. 출연자들의 어색한 대사나 몸 동작이 오히려 관람객들의 기쁨을 상승시키는 작용을 했는데 센터의 킴 누엔씨는 관람석에 앉아 있는 회원들의 눈빛을 보세요. 기대감으로 가득 차 있지 않아요라고 말하며 앞으로도 기회가 닿은 대로 회원들의 기쁨을 위해 새로운 이벤트를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황동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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