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 100주년의 해인 올해는 그 어느때보다 한인 문화행사가 풍성했던 한해였다. 올 한해 동안 음악, 미술, 무용 등 각계 각층의 한인 예술가들은 분주하게 움직였다.
세계 곳곳을 돌며 전시회를 열어온 설치작가 강익중씨, 지난 19일 뉴욕한국문화원 개원이 래 처음으로 뉴욕의 한인 문화예술인들을 한데 모은 ‘문화관광체육인의 밤’을 기획하는 등 한인 예술가들에게 오픈 된 문화원의 이미지를 심어주고 있는 박양우 뉴욕한국문화원장, 한국의 기본 춤동작을 체계적이면서도 쉽게 지도할 수 있도록 ‘명수 테크닉’을 개발한 무용가
김명수씨. 열정적이고 화려한 테크닉의 연주자로 내년 3월6일 링컨센터 앨리스 털리홀에서 독주회를 갖는 피아니스트 서혜경씨. 이들의 새해 포부를 들어본다. <편집자주>
■ 설치작가 강익중
’3인치 설치작가’ 강익중씨는 뉴욕을 비롯 워싱턴 D.C., LA, 멕시코시티, 베를린 초대전 등 을해도 바쁜 한해를 보냈다.내년에도 프린스턴 공립 도서관 벽화 설치전, 5월 캔터키 스피드 뮤지엄 초대전, 9월 베이징 ‘프로슈 앤 악스 갤러리’ 초대전 등 굵직굵직한 전시들이 이어진다.
프린스턴 공립 도서관 벽화는 4월1일 개관하는 도서관 로비에 뉴저지주 예술 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3인치 판화 및 캔버스 작품, 1월중 지역 주민들로부터 기증 받게 될 365개의 오브제 등 모두 4,000여점으로 벽면을 영구 장식할 대형 설치작. 지난 10년간 뉴욕과 세계 곳곳을 돌아보며 느꼈던 과거, 현재, 미래에 대한 작가의 생각들이 담겨 있다.
이에 앞서 강씨의 영구 설치작으로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청사 메인홀 벽화와 뉴욕 7번 전철역 벽화, 뉴욕직업학교 벽화, 독일 시청 드로잉 설치작 등이 있다.백남준씨와 함께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설치작가로 인정받고 있는 강씨는 오는 1월로 뉴욕에 온지 20년을 맞는다.
그동안 전시 때문에 내 자신을 돌아볼 겨를도 없이 바쁘게 살았습니다. 내년에는 해외 전시를 줄이고 작업에만 몰두하고 싶습니다.새해에는 지난 20년간의 작업을 정리하는 의미에서 자신의 작품을 한데 모은 화집을 발간할 계획이다.
학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하느라 잠잘 시간도 모자랐던 고달픈 유학시절, 버스나 지하철안에서도 그릴 수 있는 작은 캔버스를 생각해낸 것이 3인치 캔버스였다.나무틀 등으로 만든 손바닥만한 캔버스 위에 마음속의 생각을 각양각색의 글과 그림으로 표현, 다양한 기호를 그려 넣어 만든 그의 설치작들은 한결 같이 우리 민족의 정서가 흐르고 있다.
가로 세로 3인치의 작은 캔버스는 비록 북한 어린이들의 불참으로 반쪽짜리 설치전으로 끝이 났지만 남북한 어린이들의 꿈을 담은 ‘10만의 꿈’ 설치전과 전세계 어린이들의 희망과 꿈을 나타낸 유엔 설치작 ‘놀라운 세계전’을 탄생시켰다.
한국을 비롯 전세계 어린이들이 보내온 3만4,000점의 3인치 캔버스 그림들로 구성된 대형 벽면 설치작 ‘놀라운 세계전’은 지난 2001년 9월11일부터 2002년 10월말까지 유엔본부 1층 로비에서 전시 후 독일 베를린으로 옮겨가 지난 10월2일부터 2005년 초까지 베를린 괴테인스티튜트에서 전시 중이다.그의 새해 희망은 조국 통일의 염원을 담은 ‘10만의 꿈’과 ‘놀라운 세계전’을 세계 곳곳에서 갖는 것이다.
■뉴욕한국문화원 박양우 원장
부임 1년 4개월을 맞는 뉴욕한국문화원 박양우 원장은 재정적 어려움으로 제대로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한인예술가들에 대한 한인사회의 관심과 지원이 아쉽다며 특히 경제계가 우수한 한인 예술가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야한다고 강조했다.
박원장은 지난해 8월19일 부임 후 1,000여명의 한인 문화예술인들을 만났고 50여개 한인 문화단체 행사를 지원하며 뉴욕문화계를 살펴볼 수 있었다.그는 2004년에는 미 주류사회를 겨냥한 공세적인 문화외교 활동을 펴는 한편 한인 문화예술 단체 지원을 확대할 계획임을 밝혔다.
이어 뉴욕문화원의 신년 주요 사업으로 ‘2월5∼23일 뉴욕현대미술관(MoMA) 그레머시 극장에서 임권택 감독의 영화 11편을 상영하는 ‘임권택 감독 회고전’, 젊은 음악가 데뷔 리사이틀, 대규모 한인 젊은 작가전, 청소년 캠프, 순회 영사회 등을 들었다.
임권택 감독 회고전과 관련 뉴욕문화원은 문화사업의 총아라 할 수 있는 영화쪽에 좀더 관심을 기울여 뉴욕현대미술관과 임권택 감독 회고전을 공동 개최한다며 내년에는 한국영화 보급을 위해 문화원에서 한국 영화를 무료 상영하는 월례 영사회를 한인들이 많이 모이는 교통 편리한 지역을 돌며 개최하는 방안을 강구 중이라고 말했다.
또한 문화원의 자체 청사 마련과 관련 현재 맨하탄 미드타운에서 적당한 건물을 물색 중으로 내년이라도 건물을 매입할 수 있으면 하반기쯤 내부 공사에 착수하길 희망한다고 전했다.
박원장에 따르면 새 청사는 8만 스퀘어피트 면적에 도서관, 전시관, 문화홍보관 등을 갖춘 8~9층 건물로 문화원측은 총 8,000만∼1억달러의 예산을 잡고 있다.
■명수 김 댄스 프로젝트 대표 김명수씨
2세들에게 우리의 전통 춤을 보급하려면 단지 보여주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체계적인 교육이 필요합니다.
맨하탄의 ‘브리지 포 댄스 스쿨’에서 한국춤을 지도하고 있는 김명수(명수 김 댄스 프로젝트 대표)씨는 한국춤의 기본 동작을 보다 체계적으로 습득할 수 있도록 ‘명수 테크닉’을 개발, ‘김명수류 살풀이춤’ 보급에 나섰다.
이화여대에서 현대 무용을 전공했지만 1980년 한국의 공간사랑에서 가진 데뷔 무대에서 한국 무용계 처음으로 전통 사물놀이를 접목한 안무 작품 ‘실타래’를 발표한 데 이어 81년 세종문화회관 소강당에서 한국 전통춤으로 데뷔한 후 20여년째 한국 전통 무용 연구 및 지도에 힘써왔다.
김씨는 내년에는 지난해 6월 뉴욕주정부에 비영리 단체로 정식 등록한 명수 김 댄스 프로젝트의 본격 활동을 기대하며 어느 정도 체계가 잡히면 명수 테크닉에 의한 살풀이춤 시리즈 발표와 2세 교육 프로그램, 한국춤을 통한 동서문화 교류, 체계적 지도방법을 담은 책 발간 등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또한 2000년 브리지포댄스 스쿨 주최 스피커 아웃 공연 후 잠시 접은 현대 무용 발표회도 다시 갖고 싶다고 전했다.
김씨는 아시아 소사이어티와 제이콥 필로우 댄스 페스티벌, 하버드 대학, 세인트 존 성당, 라마마 극장 등에서 공연과 웍샵을 가졌다. 살풀이춤 중요무형문화재 이매방옹과 지금은 고인이 된 김숙자, 이동안 선생 등으로부터 전통춤과 장단을 전수받아 한국춤을 지도해왔다.저서로는 ‘이동안 태평무의 연구’와 부록 ‘한국춤 기본동작’이 있다.
■ 피아니스트 서혜경
올 한해 고국 무대에서 바쁜 연주활동을 한 피아니스트 서혜경씨가 3월6일 8시 링컨센터 앨리스 털리홀에서 독주회를 갖는다.앨리스 털리홀 독주회는 윌리엄 패책상 수상으로 가졌던 1985년 이후 19년만이다.
화려한 테크닉과 열정적인 연주로 인정받고 있는 서혜경씨는 이번 공연에서 ‘아라베스크’와 ‘리스트의 헌정’, ‘피아노 소나타 2번’ 등 화려함 속에 우울한 정서가 담겨 있는 슈만의 곡들과 낭만적이면서도 엄청난 테크닉이 요구되는 스크리아빈의 ‘소나타 5번’과 스트라빈스키의 ‘페트루슈카’를 선보일 예정이다.
서씨는 자신만만했던 20대 때 테크닉과 화려함에 치우쳤다면 마흔이 넘은 지금 인생의 깊은 맛을 알 수 있는 나이라 슈만의 곡이 더욱 가슴에 와 닿는다. 생전에 세상이 알아주지 않았던 우울한 천재 음악가의 고뇌와 아름다운 인생철학을 음악으로 들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1980년 최연소 나이로 부조니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 후 세계 무대에서 활약한 지 올해로 23년. 이번 독주회에서 감동이 묻어난 그의 연주를 감상할 수 있다.얼마전 서울, 대전, 부산, 제주도 등 17개 도시를 돌며 고국에서 순회 연주회를 가졌던 서씨는 내년에도 한국에서 연주회를 잇따라 열고 쇼팽 연습곡 Op.25, 리스트의 파가니니 연습곡을 담은 음반과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5곡 전곡 음반 녹음 작업 등으로 바쁜 한해를 보낼 예정이다.
서씨는 새해에는 젊은 날의 화려함을 뒤로하고 인생의 참 맛을 느낀 깊이 있는 연주로 뉴욕 관객들을 만나고 싶다고 전했다.
<김진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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