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어가면서 조금씩 더 현명해지고 매사에 시시비비를 잘 가릴 수 있는 사람으로 늙어가기를 바라는 내 은밀한 희망은 내게는 이룰 수 없는 꿈인가보다. 날이 가면서 세상일에 대한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날이 명민해지기는 커녕, 바르다 혹은 나쁘다라는 말을 하기에도 늘 주저되니, 내가 법관이 되지 않은 일이 사회를 위하여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을 종종한다.
예를 들어 엄청난 죄를 짓고 도망다니는 사람을 그린 영화를 보자면 나는 십중팔구 그 죄의 경중을 가릴 새도 없이 도망자의 편이 되어 그가 무사히 도망가기만을 바라는 무책임하고 정의감 없는 관람자가 되기 일쑤이다. 그 뿐이 아니다. 소위 금연운동을 한다하는 사람이면서도, 요즘 담배를 피는 분들을 대하면 점점 사회로부터 냉대받고 있는 안쓰러운 모습만 크게 부각되어 혹 이 양반들이 담배를 끊지 않고도 그냥 무사히 그 담배의 폐악에서 탈출할 길이 없나 하는 공상에 꽤 시간을 보내곤 한다.
그러나 내 이 값싼 측은지심이나 정의감의 결여는 담배에 관해서만은 용서받을 수 없는 게 사실이다. 미국에서만도 담배로 인한 질병으로 아까운 목숨을 잃는 사람이 하루에도 수천명씩이나 되어, 미국사회에서의 성공적인 금연운동으로 더이상 시장을 확대하기 어려운 담배회사들은 이제 회사의 사활을 걸고 소수인종마켓을 공략하기에 혈안이 되어 있다고 한다.
우리 한인사회도 그런 담배회사들의 중요한 마켓팅시장인데, 특히 한인들이 선호하는 ‘말보로’회사는 올해에도 예외 없이 한인들이 좋아하는 경품으로 치장하고 그 소비를 부추기는 광고를 내기에 한창이다. 정말 화나는 일은 그런 담배회사직원들이 본인은 물론 자기가족들은 철저히 금연하면서, 우리 한인 청소년을 겨낭하여 엄청난 광고비와 마켓팅전략으로 우리 이민사회의 장래를 좀먹고 있는 일이다.
혹 담배갑에서 상표를 자르면서, 또는 그것으로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선물을 고르면서 즐거워하는 한인가정들은 그 선물을 말보로회사에서 받을 때 가장의 목숨을 그 대가로 치른다는 걸 알고있는지…
화를 꼭 내야할 때 못내는 일, 분연히 일어나야 할 때 인정을 앞세워 못하는 내 우유부단함은 참으로 비겁한 일임을 “담배회사”에 관한 생각을 계기로 깨닫게 되었다. 더이상 한인사회가 거대한 담배회사들의 부질없는 먹이가되지 않도록 목소리를 높이는 일에 많은 한인들의 동참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코리안리소스센터 한인금연운동본부 (410)203-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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