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의 혜택이 많지 않았던 시골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데다가 유난히 사람 좋아하고 털털한 나를 빗대어 남편은 학구적인 자신을 만나 유학오지 않았다면 지금쯤 나는 십중 팔구 강원도 산기슭에서 더덕을 캐는 아낙네가 되어 있을 거라고 놀리곤 한다. 하지만 그런 놀림으로 약을 좀 올릴 수 있을 꺼라고 생각하는 남편의 기대는 번번히 나의 그 ‘가지 못한 길’에 대한 맹렬하고 애닳은 그리움을 맞닥뜨리고는 배반당하고 만다.
상수도가 보편화된 이후의 세대에서는 알기 어려울 터인데, 물 펌프로 물을 퍼낼 때 꼭 필요한 펌프질을 시작 할 때에 넣어야 하는 한 바가지쯤의 물로 어떤 집의 수도간에서도 마지막까지 쓰지 않고 남겨져 있는 이를테면 물의 ‘씨앗’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덜렁거리기 선수인 나는 어린시절 철없이 이 종자물을 야금야금 마시다가 어머니에게는 꿀밤을, 아버지에게는 ‘씨앗’은 절대 쓰지 않는 농사군의 ‘삶의 원칙’에 대해 일장 훈시를 듣던 기억이 있다.
‘종자물’이라는 추억의 어휘로 시작된 두서없는 상념은 앞만 보고 달리는 나 자신과 조금씩 무리하면서 살고 있는 우리 모두들의 자화상에 생각이 미치면서 혹 다음 세대들의 편안한 뿌리 내림을 위해서는 우리들 1세들이 희생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우리들은, 개인이 가지고 있는 육체적/정신적 펌프가 꼭 필요한 마지막 ‘종자물’을 축내며 쓰고 있는 게 아닌지 하는 생각을 하게되었다.
그뿐이랴. 고혈압이나 당뇨병 등의 만성병들이 시작되는 조짐이 있는 분들도 ‘한번 약을 시작하면 평생 먹어야하니 견딜 수 있는 데까지 견디다가 시작할거야’라는 생각으로 치료를 미루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하지만 그런 분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것이 있다. 치료를 미루고 있는 사이에 높은 혈압은 사정없이 다른 주요 장기를 손상하고 있으므로, 아무리 ‘나중’에 치료를 잘 받는다 해도 생명의 단축까지를 포함한 비싼 대가를 치뤄야 하는 일이다.
그렇게 보면 새해부터 코리안리소스센터 (410-203-1111)에서 시작된 무료 고혈압 관리 프로그램은 이런 점에서 ‘종자물’ 아끼기 운동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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