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少인기’ 아나운스 집중배치…뉴스 전달자 보단 ‘들러리’ 우려
▲ SBS ‘8뉴스’의 평일, 주말 앵커로 각각 기용된 김소원(왼쪽), 윤현진 아나운서.
여성 앵커는 여전히 뉴스의 ‘꽃’인가. SBS가 목동 신사옥 이전을 계기로 3월 1일부터 뉴스를 전면 개편하면서 여성 앵커에 모두 아나운서를 기용하고, 심지어 뉴스를 진행해본 경험이 전혀 없는 아나운서까지 발탁하자 이런 해묵은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SBS가 24일 발표한 뉴스 개편의 골자는 제작 진행 송출 등 전 과정의 디지털화, 1분20초짜리 리포트를 나열하는 백화점식 보도 지양, 경제뉴스 강화 등이다. 이를 통해 타 방송사 뉴스와 확실히 차별화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여성 앵커들은 모두 젊고 예쁘고 얼굴이 많이 알려진 아나운서들로 채워 변화의 노력을 찾아보기 힘들다.
평일 ‘8뉴스’는 곽상은 기자 대신 주말뉴스를 진행해온 김소원(31) 아나운서, 주말은 입사 4년차의 윤현진(26) 아나운서를 앉혔다. 또 ‘생방송 모닝와이드’의 아침뉴스는 윤소영(26) 아나운서, ‘뉴스 퍼레이드’는 이현경(31) 아나운서가 맡았다. 남성 앵커들이 대부분 경력 10년 안팎의 중견 기자들인 것과는 대조된다.
SBS가 밝힌 발탁 배경도 다소 황당하다. 방송사측은 김소원 아나운서에 대해 “지금까지 여성 앵커의 역할에서 벗어나 시청자와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앵커로, 단순히 주부앵커라는 개념을 떠나 아이를 직접 키우는 경험이 뉴스 전달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종합뉴스를 방송가에서 관례로 굳어진 20대 미혼여성이 아닌, 30대 기혼여성에게 맡긴 것은 변화로 볼 수 있지만, 주부이자 아이의 엄마라는 것이 뉴스 진행에 도대체 어떻게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인지 의문이다.
김성우 편집부장은 “결혼도 하고 애도 키워봤으니 세상을 알만큼 알아 시청자 눈높이에 맞추는데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김 아나운서를 현장인터뷰 등에 적극 활용하겠다는 말도 덧붙였지만, 여전히 설득력이 떨어진다.
윤현진 아나운서는 쇼ㆍ오락 프로그램을 통해 인기를 얻었지만, 뉴스는 라디오를 제외하고는 단 1번도 진행해본 적이 없다. 시청률을 의식한 발탁으로 보지 않을 수 없다. 유협 아나운서 부장은 “경험은 부족하지만 호감도, 발전가능성, 성실성 등을 높이 샀다”고 설명했다.
여성 앵커의 역할에 대한 논란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뉴스 시작 30여분이 지나야 등장해 자잘한 생활뉴스만 전하던 과거와 달리 요즘은 정치ㆍ경제 뉴스도 전하는 등 달라진 면도 있지만, 여전히 기자보다는 젊은 여성 아나운서가 주류를 이룬다. 현재 기자 출신 여성 앵커는 MBC 마감뉴스의 김은혜, 아침뉴스의 김소영 앵커 단 2명뿐이다.
윤혜란 미디어세상열린사람들 사무국장은 “SBS의 여성 앵커 기용은 뉴스를 판단하고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능력보다는 뉴스 외적인 면을 더 중시한 느낌이 든다”면서 “특히 김소원씨에 대해 주부와 아이엄마라는 강조한 것이 앞으로 그에 걸맞은 역할을 맡기겠다는 뜻이라면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희정 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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