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고이즈미 신사참배 비난
3·1절 기념식서…한국민에 상처주는 말 日지도자가 해선 안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1일 “일본에 대해 한마디 꼭 충고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서 “우리 국민들의 가슴에 상처를 주는 발언들을 흔히 지각 없는 국민들이나 인기에 급급한 한 두 사람의 정치인이 하더라도, 적어도 국가적 지도자의 수준에서는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85회 3ㆍ1절 기념식에 참석, “한국 정치 지도자가 오늘날 일본의 법ㆍ제도 변화,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에 대해 굳이 말하지 않는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소된 것으로 생각해선 안 된다”면서 이같이 강조했다.

노 대통령의 이 같은 언급은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가 지난달 27일 “매년 야스쿠니(靖國) 신사를 참배하겠다”고 한 발언과 자민당 일부 지도급 인사들의 잇단 과거사 왜곡 발언 등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돼 파문이 예상된다.

노 대통령은 “미래를 위해 마음에 상처를 주는 얘기들을 절제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뜻으로 우리 정부는 절제하고 있다”면서 “우리 국민과 정부가 절제할 수 있도록 일본도 최선의 노력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노 대통령은 그러나 “일본이 한마디 한다고 해서 우리도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일만은 절제하자”고 당부했다.

노 대통령은 “지금도 국회는 친일의 역사를 어떻게 밝힐 것인가를 놓고 혼란을 거듭하고 있고 정신대 할머니들은 한을 씻지 못하고 몸부림치고 있다”면서 일제 식민 통치 역사에 대한 진실 규명 필요성을 거론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3ㆍ1 운동 때 모든 국민이 하나가 됐듯이 동이다 서다 하면서 나라를 지역으로 갈라 정당이 뭉치고 감정 대립을 하는 정치도 이제 끝을 내자”며 지역주의 해소를 역설했다. 노 대통령은 “간섭과 침략과 의존의 상징이던 용산 기지가 우리 국민들의 손에 돌아 온다”면서 “친미냐 반미냐가 우리를 평가하는 잣대가 될 수 없으며 한발 한발 자주권을 강화해 나가자”고 말했다.

한편 이날 미리 배포된 기념사 원고에 “이번 총선에서 지역주의를 극복하겠다는 국민들의 결단이 있어야 한다” 는 식의 총선개입 의혹을 살만한 언급이 들어있었으나 노 대통령은 실제 연설에서는 이를 발언하지 않았다.


김광덕 기자 kdkim@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