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이마라톤’ 인도할 UCI 한소리 회원들
김덕수 사물놀이패 공연보고 즉석에서 의기투합…초기 5명서 20여명으로
“한국에서 늘 먹던 김치는 특별하지 않지만 머나먼 이국 땅에서 먹는 김치는 특별합니다. 한국에서 늘 듣던 우리 가락을 시끄러운 소음 정도로 치부해 버렸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우리 문화를 각국 학생들에게 소개하고 자랑할 수 있는 가장 큰 기쁨이 됐습니다. 역시 우리는 한국인인가 봅니다.”
UC어바인 학생들이 결성한 풍물패 ‘한소리’ 회원들은 모임에 대해 대단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
12일 어두워진 넓은 캠퍼스에서 한소리 연습실을 찾아가는 것은 생각만큼 어렵지 않았다. 쩌렁쩌렁 울리는 귀에 익은 우리 가락 소리가 점점 더 선명해지는 방향으로 따라가다 보니 어느새 연습실 문 앞에 다다랐다. 제법 쌀쌀한 날씨였음에도 연습실 문을 여는 순간 움츠러들었던 몸을 녹일 정도로 회원들의 연습 열기는 대단했다. 회원들은 곧 있을 기말시험 걱정도 잊어버린 채 4월 열리는 OC 한인축제를 대비해 한창 연습 중이었다.
한소리는 2002년 4월 결성된 후 LA 한인 퍼레이드, OC 한인축제, LA 지신밟기 등 지금까지 출연한 공식행사만 20여차례가 넘는다.
양로원 위문공연 등 비공식 행사까지 합치면 그 수는 훨씬 많다. 결성된 지 2년도 채 안된 아마추어 동아리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 중에 회원들 사이에서 항상 회자되는 공연은 단연 ‘2002 한일 월드컵 합동 응원전’. 장구 이재옥(24·컴퓨터 사이언스)씨는 “한울림(UCLA), 한얼(UCSB) 등 LA 대표적 한인 풍물패들과 합동 응원전을 펼친 것은 평생 한번 있을까 말까한 멋진 경험이었다”며 “그것도 우리 전통 악기로 하나로 뭉치게 했다는 것은 절대 잊지 못할 추억”이라고 그 때의 감동을 설명했다. 99년 경희대를 다니다 여기로 유학온 박치병(27·오렌지코스트 칼리지)씨도 “언젠가 내 아들과 함께 공연을 해보는 게 꿈”이라며 “우리 전통 문화를 우리가 계승·발전시키지 않으면 누가 하겠냐” 반문했다.
한소리의 탄생에 가장 잘 어울리는 단어는 ‘이심전심’이다. 지난 2002년 초 UC어바인 브렌 이벤트 센터에서 열렸던 ‘김덕수 사물놀이패 공연’을 보러 왔던 관람객 중 평소 마음 한구석에 우리 가락에 대한 사랑의 꽈리를 틀어왔던 학생들이 즉석에서 의기투합, 만든 동아리다. 초기 멤버는 5명이었으나 알음알음 신입 회원들이 늘어 지금은 20여명이 됐다. UC어바인 학생들뿐만 아니라 다른 학교 학생들도 직접 찾아와 가입할 만큼 2세들 사이에서 우리 가락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한소리도 처음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공민석(25·컴퓨터공학)씨는 “특히 한인 학생들은 동아리 활동에 관심이 없어 홍보를 통해 회원 모집을 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며 “이제는 조금씩 한인 학생들 사이에 알려져 굳이 홍보를 하지 않아도 직접 찾아와 가입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공 회장에 따르면 한소리의 가장 큰 어려움은 재정. 악기나 공연복을 구입할 돈이 없어 회원들이 사탕 껍질에 스티커를 붙이기도 했다. 1,000개들이 박스당 40달러를 받는 일이었지만 그래도 즐거웠었다고 회원들은 한바탕 웃음꽃을 피웠다.
공 회장은 “이번 OC 한인축제에 꼭 오세요. 우리 가락의 진수를 보여드리겠습니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이오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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