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산(Tuscon)하면 PGA 골프 토너먼트가 자주 개최되는 유명한 골프코스가 많은 곳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투산만큼 역사적 의미가 깊은 곳도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산타크루즈 강을 끼고 비옥한 땅을 가진 이곳은 기원후 1000년경 석기 시대의 농경생활을 한 호호캄(Hohokam) 부족이 생활했던 유적지가 발견된 미국의 역사 깊은 도시이다.

1908년 테오도르 루즈벨트 대통령에 의해 튜마카코리의 버려졌던 미션이 유적지로 지정된 곳이 투산 가까이에 있다. 스페인 예수회의 유세비오 키노에 의해 빌딩이 건립되었으나 아파치로부터 수차례 피습을 당해 성직자들이 처형을 당한 곳이다. 지금은 주정부가 관리하는 관광지로 각광받고 있다.

1600년 후반 스페인 사람들이 이미 들어오기 시작했고 1821년에는 스페인 점령으로부터 미국측에 관할권이 이양됐다. 미 대륙에는 7군데의 천문대가 있는데 투산의 키트피크(Kitt peak) 천문대야말로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곳이다.

청명한 날이 유달리 많은 기후조건을 갖춘 이곳엔 거대한 천체 망원경이 22개나 되고 1974년 설치된 세계에서 제일 큰 태양열 망원경은 지상에 나와 있는 상단 부분만 해도 500피트가 되고 지하 하단 부분이 300 피트나 된다. 그 외에 전파 망원경이 설치되어 있으며 최첨단 디지털 방식의 기자재를 24시간 가동, 천문학을 연구할 수 있는 제반 시설이 완비돼 있다.

그리고 윌리엄 홀덴의 영화 ‘글랜드 팔레스’ 등을 촬영한 오드 투산 영화 스튜디오는 자고로 유명한 곳이다. 뿐만 아니라 세계 최대 보석쇼가 투산 컨벤션 센터에서 개최되며 수집가들의 메카로 정평이 나 있다.

또한 수가로 (Saguaro)국립공원도 빼 놓을 수 없다, 수가로 선인장에 둘러 쌓인 데저트 박물관엔 온갖 사막의 동물, 식물, 허밍버드가 들어 차 있다. 필자에게는 특히 애리조나의 야생화와 성 하비엘(San Xavier) 미션 촬영을 놓칠 수 없다.

투산 시내에서 남서쪽으로 30 여분 거리에 있는 텔벡이라는 곳에 자리한 이 미션은 스페인 프란치스코 선교회에 의해서 토호느 오담 인디언 거주지에 14년의 긴 공사 기간을 거쳐 1779년 완공됐다. 유일한 비잔틴 양식에 2개의 타워를 세워 그 위에 무어식 돔을 만들었는데 멕시칸 르네상스 건축물의 대표적인 아름다움이 스며 있다.

19세기 초 1개의 돔은 아파치의 공격을 받아 파괴됐고 아직도 미완성으로 남아 있다. 이른 새벽 보라빛 여명 속에 은은하게 드러나는 하얀 돔의 본체와 어우러진 종각이 2,3분 후에 황금색으로 빠져 들어가는 골든 돔을 촬영할 수 있었다.

돔 하나가 사라졌는데도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었다. 내부로 들어가 보았다. 천장을 비롯한 사방 전체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섬세하고 정교하게 나무로 조각돼 있어 기도하는 사람의 소원이 금방이라도 이뤄질 듯했다. 제단 또한 화려한 멕시칸 바로크 예술의 진수였다.

필자는 그곳에서 1시간 더 차를 몰아 코로나도 국립 포레스트를 찾아 나섰다. 이 지역에는 멕시칸 포피(키가 작고 양귀비과의 일종)라는 야생화가
봄바람에 산들거리며 온 들판을 노랗게 물들이고 있었다.

한나절이 넘도록 드라이브를 해도 이 현란한 멕시칸 포피의 끝이 안보인다. 자동차에서 내려 꽃밭을 뒹굴고 한참을 누워서 파란 하늘을 보고 있노라니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분간이 안가는 것이었다.

<이동곤: 국제 프리랜스 사진 작가 협회 정회원 및 다니엘 갤러리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