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소사건 쉴새없고 운전자 원망 많이 듣죠”
4월의 첫 번째 금요일이었던 2일 오후 9시7분. 캘리포니아 고속도로 순찰대 샌타애나 지역 본부의 월리엄 권(30) 경관이 모는 순찰차에 다급한 목소리가 전파를 타고 날아들었다.
“57번 프리웨이 북쪽 방향 링컨 애비뉴 출구 근처에서 가드레일을 들이받은 청색 수바루 차량의 트렁크에서 3정의 총이 발견됐다. 지원요청 바란다.”
표정이 굳어진 권 경관이 순찰차의 사이렌을 켜고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권 경관은 기자에게 차량에 비치된 총 사용법을 일러줬다. 비상상황 때 총을 사용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말과 함께. 그 말을 듣자 오후 7시 동행취재를 나설 때 권 경관이 방탄조끼를 건네며 한 경고가 떠올랐다.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에 조금은 불편하더라도 방탄조끼를 꼭 입어야 합니다.”
취재에 나설 때 가벼운 마음은 싹 사라지고 긴장감이 엄습해 왔다. 기자의 마음은 전혀 모르는 듯 권 경관은 잔뜩 긴장된 표정으로 이 곳 저 곳에 무전연락을 취했다.
7분 뒤 현장에 도착했다. 다행히 별다른 사고 없이 지원 나온 다른 3명의 CHP 경관들이 상황을 진압한 뒤였다.
그제야 권 경관은 굳어졌던 표정을 풀었다. 그러나 그는 “갱단에 연루된 젊은이들이 훔친 총을 가지고 다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매우 조심한다”고 말했다. 3년차 권 경관이 맡고 있는 구간은 약 10마일. 언뜻 짧아 보이지만 다른 구간에 일이 생기면 협조해야 되는 경우도 많아 화장실 갈 시간도 없을 만큼 바쁘다.
그는 갓길에 정차된 차량을 발견할 때마다 일일이 다 체크했다. 왜 그렇게 확인해야 하냐고 물었다. “한국에서 갓 이민 온 사람들은 법을 잘 몰라 갓길에서 잠을 청하기도 하는데 이는 매우 위험한 행위로 모두 단속 대상이죠. 마약을 하기 위해 정차하는 운전자도 많구요.”
권 경관이 속한 CHP 샌타애나 지역 본부는 오렌지카운티 내에서 두 번째로 바쁜 곳이다. 관할 지역만 200스퀘어마일로 인구 밀도도 높고 유동 인구도 많아, 크고 작은 일들이 쉴새없이 일어난다.
그 중 교통사고 처리가 업무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하루 평균 발생하는 교통사고는 30∼40건이지만 비가 오는 날이면 100건을 훌쩍 넘는다.
샌타애나에서 근무하는 순찰 경관은 총 160여명. 그러나 교대 근무를 하기 때문에 매일 상주하는 경관은 40명을 넘지 않는다. 인원을 감안하면 이들의 업무부담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하루 순찰 이동거리도 200마일이나 된다.
CHP 경관들은 하루에 10시간씩 5일을 일한다. 그 날 근무가 끝나면 집에 돌아가자마자 잠을 청하기 바쁘다. 이렇게 힘든 직업을 권 경관은 왜 천직으로 선택했을까.
“딱지를 발부할 때는 운전자들의 원망도 많이 듣죠. 때로는 위험한 상황에도 맞닥뜨리지만 나름대로 재미가 있어요. 아직은 싱글이지만 훗날 제 자식들에게 항상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무척 뿌듯하지 않겠어요?”
말이 떨어지게 무섭게 권 경관은 다시 총기를 점검하고 순찰차에 올랐다.
<이오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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