년 전당대회에서 앨 고어와 조지 부시는 호경기와 냉전 이후 평화로운 세계라는 낙관론에 싸인 미 국민들을 상대로 연설을 했었다. 어젯밤 존 케리는 불황을 막 겪었고 테러와의 전쟁으로 불안해하고 있는 미 국민들에게 이야기했다. 케리가 자신이야말로 전쟁 중인 미국을 이끌어 갈 신뢰할 수 있는 인물이라는 점을 부각한 것은 당연하다. 그 점이 부시와 케리를 평가하는 키 포인트가 돼야 한다.
그 부분에 관해서는 자신 있게 말했지만 케리의 연설은 여러모로 실망스러웠다. 케리가 테러와의 전쟁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미군을 증강하겠다고 밝힌 것은 칭찬할 만 하다. 그는 자신의 전투 경험이 전쟁에 관한 결정을 내리는 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케리는 자신이 대통령이었다면 이라크 전쟁을 일으켰을까에 대한 언급은 회피했다. 그는 또 아프가니스탄을 탈레반으로부터, 이라크를 후세인으로부터 해방한데 대해서는 한마디도 말을 하지 않았다.
그가 우방과의 관계를 소원케 한 부시를 공격하면서도 이라크에서 어떤 일을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침묵했다. 그는 이라크에 미군이 오래 주둔해야 하며 민주주의 건설이라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말도 하지 않고 대신 신속히 미군을 철수하겠다는 인상을 줬다. 그는 또 일자리의 해외 유출을 막고 중동 석유 의존도를 줄이겠다는 비현실적인 주장만 했을 뿐 임박한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에 대비, 소셜 시큐리티와 메디케어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침묵했다.
대선은 전당대회가 아니라 앞으로 남은 95일 동안 두 후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이나 부분적으로는 어제 연설이 유권자의 마음을 움직일 것이다. 케리의 연설은 정치적으로는 효과가 있었을지 모르지만 미국이 필요로 하는 리더십을 보여주는 데는 실패했다.
워싱턴 포스트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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