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종규 <스프링필드, VA>
한국의 고구려연구재단이 9월 16일 서울 장충동 소피텔 앰배서더 호텔에서 개최한 제1회 국제학술회의에서 심양(瀋陽:선양) 동아연구중심 주임인 손진기(孫進己:쑨진지·73)는 “1,000여 년 전 고구려의 역사적 귀속을 이용하여 오늘날 현실적으로 형성된 국경을 바꾸려는 근거로 삼는 기도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고구려사 갈등이 영토분쟁으로 번질 것을 우려했다. 이에 대해 김정배 고구려연구재단 이사장은 “우리 국민이나 학계에서 과거 고구려 영토를 내놓으라고 주장한 적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마치 그런 움직임이 있는 것처럼 설명하는 것은 매우 잘못된 견해”라고 비판했다(한국일보 04-09-17). 이 기사는 동북공정의 배경을 시사하고 있다고 보아진다.
중국이 고구려사를 왜곡하기 시작한 초기, 나는 어느 신문에서 고구려사 왜곡은 한국의 기독교인들이 만주의 조선족 밀집지역을 넘나들며 저속한 민족주의를 설파하고 다녔기 때문이라는 내용의 기사를 읽은 기억이 있다. 나는 이 저속한 민족주의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몰라서 고심했는데 이제야 알 듯 하다.
9월 26일에 개최할 세계한민족포럼을 준비하던 고 채영창 씨는 몇 주 전 신문 칼럼을 통하여 시오니즘(Zionism)을 설파하였다. 그는 그가 개최를 준비하고 있는 세계한민족포럼이 시오니스트 대회라도 되는 것처럼 시오니즘을 이야기하였다. 나는 그와 이 문제를 토론하고 싶었지만 마땅한 토론공간도 없고, 국가보안법의 영향 때문인지 모르지만 동포들이 토론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망설이다가 갑자기 그분의 타계를 맞았다.
예수가 유태인이라서 그런지는 모르지만 우리 동포 기독교인들이 유난히도 유태인을 선호하고 유태인 흉내를 내고 싶어하고, 이스라엘 건국에 기여한 시오니즘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는 듯 하다. 물론 유태인에게도 우리가 배워야 할 점도 있고 흉내내야 할 점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배우지 말아야 할 점도 있다.
시오니즘은 다 아는 바와 같이 팔레스티나(Palestina)에 유태인 민족국가를 재건하려는 운동으로서 그것이 정치운동으로 된 것은 19세기 후반 유태인 배척운동이 유럽 각국에서 일어난 시기이며, 최초의 주창자는 빈(Wien)의 신문기자 헤르쯔르(T. Herzr, 1860-1904)이지만, 자신들이 하느님으로부터 선택받은 민족이라고 믿고 있는 유태인들의 희망이나 동경으로서는 중세부터 존재했다는 기록이 있다. 오늘날 시오니즘은 이스라엘 건국에 기여했지만 전 세계의 평화와 정의를 사랑하는 사람들로부터 인종주의, 국가주의로 규탄 받으며, 세계평화와 국제정의를 해치는 괴물로서, 가장 큰 혐오의 대상이다.
이와 같은 시오니즘을 만주의 조선족 밀집지역을 넘나드는 동포 기독교인들이 설파하고 다녔다면, 이러한 움직임을 중국 측에서 보면 옛 고구려영토였던 만주 땅을 빼앗으려는 기도로 보이지 않겠는가? 유태인들이 팔레스티나 땅을 빼앗았듯이 말이다.
기독교인들의 욕심은 성경에 기초하고 있다고 보아진다. 성경에는 “찾아라 찾을 것이며, 두들겨라 열릴 것이다” 등 인간의 욕심을 부추기는 구절이 많이 있다. 그들의 주기도문에도 욕심이 베어 있다. 이라크 침략전쟁을 일으킨 부시 대통령도 기독교인이다. 저속한 민족주의란 바로 이런 동포들의 기독교적 욕심을 반영한 움직임을 지칭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9월 26일 워싱턴에서 열리는 세계한민족포럼에서는 시오니즘을 설파하는 사람이 없기를 바란다. 그리고 좀더 욕심을 부린다면 우리는 하느님의 선택을 받았다는 유태민족이 아니라 단군 할아버지 자손임을 확인해 주고, 세계 평화와 국제정의를 위해서 노력할 것을 선언해 주면 더욱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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