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대선에 민주당 부통령 후보로 출마한 존 에드워즈 연방상원의원은 유세연설에서 종종 미국이 가진 자와 무산자로 분열돼 ‘2개의 미국’이 있다고 표현하곤 했다. 그러나 막상 선거가 끝나고 보니 오늘날 미국을 양분하는 가장 분열적인 요소는 경제도 아니고 심지어 인종도 아닌 듯싶다. 현재 미국이 직면한 내분은 이보다 훨씬 근본적인 이념적 대립에 있는 것이 아닐까.
한마디로 미국은 건국 이전부터 종교적 자유를 찾아 건너온 청교도들과 경제적 기회를 찾아 이민 온 개척자들이 양대 기둥을 이뤘다고 할 수 있다. 1607년 광부들이 버지니아에 제임스타운 식민지를 세우고 1620년 필그림들이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플리머스로 망명한 이후 거의 400년에 걸친 미국 역사는 이같은 이원적 배경의 마찰을 반영하고 있다.
종교와 국가의 분리 원칙이 제헌 당시부터 이슈가 되었던 것처럼 오늘날에도 십계명 게시, 낙태, 줄기세포연구 등의 이슈를 둘러싼 갈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편 노예제도에 대한 분쟁이 유발한 남북전쟁도 근본적으로는 공업 기술과 발전에 의존한 북부와 농업과 전통을 고집한 남부간의 문화전쟁이었던 것이다.
미국이 지금도 남과 북, 해안 대 내륙으로 분열된 채 남아있다는 현실은 지난 11월 대선에서 명확히 반영됐다. 이전까지 지역별 분열이 이처럼 선명하게 나타나지 않았던 것은 남북전쟁 이후 남부에 기반을 두었던 민주당과 북부 정당이었던 공화당이 거의 100년에 걸쳐 서서히 이념적 변신을 거쳤기 때문인 것 같다. 하지만 이번 대선에서 민주당과 남부의 결별이 완료되면서 지역과 이념의 대응이 다시 일치되고 남북 갈등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이다.
그러나 이번 대선 결과를 지도로 보면서 한가지 격려가 되는 점도 있다. 주별로 본 지도는 남과 북, 해안과 내륙이 적색과 청색으로 두 동강나지만 카운티별 선거결과를 토대로 그리면 적색과 청색이 섞여 지도 전체가 보라색에 더 가깝다. 분명 2개의 미국이지만 하나로 조화를 이룬 모습이다.
공화당이 이번 대선 결과를 압승으로 해석한다면 이는 하나의 미국을 무시하는 셈이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4년 전 대선에서 ‘단결자’(uniter)가 되겠다 공약했지만 이번에는 언급조차 찾아볼 수 없다. 그러나 소셜시큐리티와 세제 개혁 등 미국의 미래를 좌우하는 근본적인 이슈들을 앞두고 2개의 미국을 화합시키는 ‘단결자’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2,000년 전 베들레헴에서 양치기들과 동방박사들이 한 자리에 모여 “땅에는 평화”를 기원했다는 성탄절을 맞아 오늘날 미국에도 화합의 베들레헴 별이 찾아왔으면 싶다.
우 정 아
<국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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