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엔 국내에서나 해외에서나, 한국의 영화 및 기타 문화 콘텐츠의 놀라운 성장에 대하여 이런 저런 말들이 무성하다. 사람들은 그 이유에 대하여 “원래 우리 민족이 끼가 있다”든가, “가수나 배우들의 외모가 다른 나라에 비해 출중하다”든가 또는” IT 산업의 발달로 미디어 유통 인프라가 확충되었다”든가 하면서 다양한 의견들을 내놓곤 한다.
필자도 이 의견들에 상당부분 공감한다. 하지만 한국의 문화산업 특히 영화부문에서, 국내 영화의 시장 점유율이나 해외에서의 선전 등과 같은 눈부신 발전의 이유를 한 가지만 대라고 하면 필자는 단연 ‘우수한 영화인력의 확보’라고 말하고 싶다.
한국에서 고급 인력들이 대규모로 영화에 투입되기 시작했던 시점은 국내 대기업들이 영화를 비롯한 문화산업 전반에 대하여 투자를 시작한 1990년대 초반이다. 삼성이 영상사업단을 만들어서 영화, 방송, 음반 등에 본격적으로 진출했고, 동양그룹이 ‘온 미디어’라는 법인을 설립하여 역시 방송사업에 뛰어들게 되고, 90년대 중반에는 제일제당이 미디어 사업에 진출하게 된다. 그 밖에도 LG, 대우, 현대, 해태 등 많은 대기업들이 문화산업 분야에 진출했는데 그 무렵부터 소위 말하는 ‘화이트 칼러’, 즉 엘리트들이 이 분야에 대거 유입되게 된 것이다.
문화산업의 성공에서 가장 중요한 요인이 무엇일까? 문화산업의 핵심은 ‘사람’이다. 이곳 할리웃에서 영화를 만드는 대본에는 몇 가지 형태가 있는데, 영화의 전반적인 컨셉과 아이디어를 정리하는 A4지 4~5페이지 정도의 ‘Treatment’(Synopsis)가 있고, 100~120페이지 분량의 대사와 배경 설명 등을 포함한 ‘Screen Play’(대본), 그리고 그림으로 카메라의 앵글 및 각도까지 묘사한 ‘Story Board’라는 것이 있다. 이 3개의 분야를 담당하는 작가군이 미국에서는 전문적으로 독립되어 있으며, 영화의 제작비 규모와 계약형태에 의해서 달라지겠지만 각각 채택된 시놉시스는 몇 만달러에서 몇 십만달러, 대본은 몇 십만달러에서 몇 백만달까지 작가료가 지급된다.
이러한 이유로 이 곳 할리웃 지역에는 수많은 작가 지망생들이 생존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며, 등극의 날을 꿈꾸며 글을 쓰고 있는 것이다.
이곳 할리웃에서 사람, 즉 인재의 중요성은 유명 영화배우들의 출연료 배분 구조를 보면 좀 더 정확하게 알 수 있다. 평균 영화 한 편당 출연료를 200억원 정도 받는 짐 캐리의 경우 자신의 계좌에 얼마나 예금을 할 수 있을까? 200억중 정확하게 20%인 40억은 에이전트가 가져간다. 이 부분은 캘리포니아 주법에 명시된 것으로 조정이 불가능하다. 그리고 매니저가 약 10%인 20억을, 변호사와 홍보 대행사가 또 5%에서 10% 정도의 수수료를 가져간다.결국 200억에서 세금까지 공제하게 되면 짐 캐리는 총 출연료 수익의 20% 정도인 40억밖에 손에 쥘 수 없는 것이다.
영화 한 편 출연을 두고도 이렇듯 많은 전문가들이 연루되어 있고, 그 수익 분배가 명확한 점들이 바로 할리웃을 세계 문화산업의 중심지로 만드는 요인인 것 이다.
반도체건 자동차건 기업의 신화 뒤엔 미래를 내다볼 줄 아는 뚝심의 기업인 있게 마련이다. 이미 한국의 드라마, 영화, 음악은 아시아를 점령하고 세계시장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제 스스로의 재능을 볼 수 있는 한국의 국민들이 자신과 한국 문화산업의 미래를 위해서 과감히 그 재능을 투자해야 시점이 아닌가 하고 생각해본다.
신항우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미국사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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