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 고도제한 완화, `뇌물 고리’ 됐을까
금품 로비-층고 완화 시점상 겹쳐 주목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 청계천 주변 재개발 사업에 대한 검찰 수사가 확대되면서 재개발 사업의 핵심 메리트인 청계천 주변 고도제한 완화가 어떤 절차를 거쳐 진행됐는 지에 새삼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이번 검찰 수사 초기에 구속된 양윤재 서울시 행정2부시장과 김일주 전 한나라당 성남중원지구당 위원장의 행동 반경이 고도제한 완화 과정에서 일정 부분 겹쳐 주목된다.
서울시가 청계천 복원 계획을 처음 발표한 것은 2002년 7월이다.
당시 서울시는 현 양윤재 행정2부시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청계천복원 추진본부를 가동, 청계천 복원과 연관된 도심부 개발 구상에 본격 착수한다.
미래로RED의 길모(35) 대표가 양 부시장(당시 본부장)과 김일주씨에게 접근, 금품 로비를 벌인 것은 서울시의 도심 재개발 구상이 한창 진행중이던 2003년 9월부터 2004년 4월까지다.
검찰 등에 따르면 김씨는 2003년 9월부터 2004년 4월까지 이명박 서울시장과의 면담 주선 등을 미끼로 길 대표에게 14억원을 받았고, 양 부시장은 2003년 12월부터 2004년 2월 사이 고도제한 완화 등의 대가로 길 대표로부터 2억원을 받아 챙겼다.
공교롭게도 이 시장은 2004년 2월에 김씨를, 두달 후인 4월에는 길 대표 아버지(61)를 시장실에서 만났다.
서울시는 연관성을 강력 부인하고 있지만 시점을 되짚어 보면, 길 대표가 양 부시장과 김씨에게 금품을 건네고 나서 이 시장이 아버지 길씨를 만난 셈이 된다.
우연의 일치인 지는 몰라도 청계천 도심의 층고제한 완화도 양 부시장이 도시계획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나서부터 갑자기 탄력을 받기 시작한다.
양 부시장은 지난해 7월 청계천복원본부장에서 행정2부시장으로 승진, 청계천 재개발 등 도시계획 전반을 심의, 의결하는 도시계획위원회의 위원장을 겸직하게 된다.
그후 불과 2개월 뒤인 9월에 도시계획위는 도심부 건물 층고 제한을 90m에서 100m+α로, 용적률을 600%에서 1천%로 각각 완화하는 `도심부 및 청계천 주변 지역 발전계획’을 확정한다.
다시 2개월 뒤인 11월에는 길 대표가 을지로2가에 신축할 계획인 38층 규모 주상복합 건물 건축안이 중구청에 제출되고, 3개월 뒤인 올 2월에는 서울시의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기본계획’ 개정안이 도시계획위원회를 통과, 청계천 주변 개발의 법적 근거가 마련된다.
이처럼 숨가쁘게 추진되던 미래로RED의 사업은 지난달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가 기부 공원용지 부족, 삼각천 복원계획 미흡 등을 이유로 주상복합 건축안 심의를 보류함으로써 갑자기 급제동이 걸린다.
서울시는 이 대목을 반증으로 제시하며 양 부시장이 길 대표로부터 금품을 받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 주변에서는 길 대표가 `60억원 요구’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자 양 부시장이 `본때’를 보인 것이라는 설도 나오고 있다.
검찰이 지난 10일 압수수색에 들어간 H,M 두 개발회사는 비슷한 시기에 층고와 용적률 완화 결정을 받아 눈길을 끌고 있다.
회현 구역 제4-1지구 재개발 사업을 추진중인 M사의 경우 지난달 도시계획위원회 회의에서 층고는 70m에서 109m로, 용적률은 800%에서 980%로 완화됐다.
또 세운상가 재개발을 추진중인 H사도 이달 초 도시계획위 회의에서 층고와 용적률을 모두 완화받았다.
sisyph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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