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만에 한국 출장을 다녀왔다. 광고촬영과 광고주들과의 미팅 등으로 일주일간 빡빡한 일정의 방문이었다.
몇년마다 방문하는 서울은 갈 때마다 새롭다. 공항에서 핸드폰을 대여하였는데 한국내는 물론, 미국으로도 지상, 지하 어느 곳에서나 잘 터지는 전화기를 써보니 무척 편리하였다. 최신 핸드폰이 아니라며 대여점에서 내어준 핸드폰은 여기 기준으로는 신형으로 느껴졌고 받은 핸드폰에 익숙해지는데 꽤 시간이 필요하였다.
핸드폰으로 TV시청까지 할 수 있었고 이 메일, 카드 결재 등 거의 개인 컴퓨터화 된 핸드폰을 보니 앞서가는 한국제품의 우수성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뭐든지 바쁜 것 없이 천천히 진행하는 미국 대기업의 미국인들에 익숙하다가 신속하고 부지런하게 일하는 한국사람들을 보고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틀간 다섯 군데의 촬영지를 옮겨 다니며 하루에 거의 20시간씩 계속된 촬영에 프로의식을 갖고 열심히 임하는 제작팀과 모델들을 보면서 한국사람들과 일하는 것에 큰 자부심을 갖게 되었다.
업무상 만난 사람들이나 친구들은 한국의 여러가지 새로운 추세를 설명해주었다.
요즘 대다수의 20, 30대의 맞벌이 부부들은 은행에 공동구좌를 갖지 않는다고 한다. 서로 자기가 번 돈은 자기가 알아서 쓰고 본인의 돈 관리는 각자 한다는 것이다. 어느 샌가 이혼율이 세계최고인 한국이 이제는 결혼과 함께 이혼을 대비하는 것 같아 씁쓸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이제는 맞벌이를 하지 않으면 본인이 원하는 수준의 생활을 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젊은 남자들이 점점 많아져서, 아무리 외모가 뛰어나도 여자가 직업이 없으면 결혼을 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베이비 붐 세대가 중장년이 된 서울에는 일자리보다 사람이 넘치게 많아 보였다. 하지만 이제 가구당 1.19명밖에 안 되는 아이들이 자라나 어른이 될 때 쯤에는 인구가 너무 적어 지금 곳곳에서 진행중이거나 완료된 초대형 고층 아파트가 다 채워질까 의문이었다.
한국의 성장과 함께 귀국한 유학파 및 영주 귀국파들이 곳곳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것도 새로웠다. 사진작가, 음악감독 등 유학파들간의 돈독한 관계와 협력으로 일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출장 일주일 중 2~3일은 봄의 불청객, 황사가 와서 길에 다니는 사람들은 마스크를 써야 했고, 구토증이 나거나 안과 질환을 앓는 사람들이 많았다. 과일값이 너무 비싸 사기가 겁난다는 뉴스, 명품을 빌려주는 가게들이 호황을 누린다는 뉴스, 공기가 너무 안 좋아 아토피 등의 피부병이 심해지고 있다는 뉴스 등 미국에서 들어 왔던 뉴스였지만 현지에서 직접 접하는 느낌은 사뭇 달랐고 더욱 심각하게 느껴졌다.
어딜 가도 “한국이 지금 불경기잖아요”하는 소리를 들었다. 덕분에 몇 년 전에는 그렇게 잡기 힘들었던 빈 택시는 차도 근처로 나가기가 무섭게 눈앞에 멈쳐서곤 하였다.
모든게 새롭고 좋았지만 너무도 급하게 변해가는 서울보다는 느린 것처럼 보여도 여유롭게 살 수 있는 이젠 이곳 미국이 내 고향이 되었구나 하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아무리 급히 변해도 웃어른을 공경하고 예의범절을 지키며 인간미가 넘치는 한국전통은 어디에서 살든 잊지 말아야함도 느끼게 되었다.
미국에 사는 한인으로서 미국과 한국의 좋은 점들을 배우고 누리면서 우리 2세에게도 물려주어야 함은 물론이다. 어설프게 한쪽만을 고집하기보다는 한국과 미국문화의 좋은 점을 배워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갈 때, 우리1.5세대들이 미 주류사회를 선도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춰갈 수 있을 것이다.
강소아
텐 커뮤니케이션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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