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와 함께 한 1년 너무 행복…영화서 코믹 시골노총각 원정결혼 갑니다
유준상 화보
“샤갈을 너무 좋아해서 그러는데요, 요 아래 미술관에서 인터뷰하면 안될까요?”
인터뷰 직전 유준상이 즉석 제안을 해왔다. 유쾌하고 편안한 이웃집 오빠 같은 이미지를 머리 속에서 그리고 있던 터여서 그의 제안은 의외로 다가왔다. 유준상은 딱딱한 회의실 같은 인터뷰룸 대신 샤갈 프린트전이 열리고 있는 미술관에서 인터뷰를 하는 게 더 좋지 않겠냐고 말했다.
잠시 후, 미술관에서 마주한 그는 인터뷰 도중 테이블 위에 놓여진 샤갈 관련 서적을 뒤적이거나, 주변 작품을 감상하느라 잠시 딴청을 피우기도 했다.
“길상이 역을 오래 해선지 성격도 많이 변했죠. 나이도 실제로 많이 든 느낌이고, 걸음도 느릿느릿해지고…. 그래서 되도록 길상이 분장 빨리 지우려 노력하곤 했는데, 하하.”
유준상은 지난 1년을 길상이로 살았다. SBS 시대극 ‘토지’(극본 이홍구ㆍ연출 이종한)를 여주인공 서희(김현주)와 함께 52부작을 이끈 유준상은 길상이로 산 지난 1년이 너무 행복했다고 떠올린다.
“작년 이맘 때 즈음 뮤지컬 ‘투맨’의 연습실로 이종한 감독이 찾아오셔서 길상이 역을 제안하셨어요. 얼마 전 마지막 촬영을 했는데, 그 곳이 공교롭게도 첫 촬영을 했던 구례더군요. 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는데, 참으로 행복했던 1년이었던 것 같아요.”
유준상은 박경리 원작 ‘토지’가 완간된 후, 처음 맡은 길상 역이라 캐릭터에 대한 연구를 많이 했다. 처음엔 길상의 캐릭터를 잡는 데 감독과 이견이 있기도 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막힌 시냇물이 좔좔 흘러가듯 유준상은 길상이에 빠져들었다.
“제가 잘 하고 있는 건가 해서, 지난 2월에 박경리 선생님을 한번 찾아뵌 적이 있어요. 강원도 원주 토지문학관에서 박선생님을 만나 인생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구체적으로 말하긴 그렇지만, 박선생님은 제 인생에 많은 가르침을 주셨어요.”
근대의 굴곡진 역사와 자연의 아름다움을 담아내기 위해 ‘토지’ 제작진은 강원도 횡성, 경북 예천과 하동 등을 오가며 힘든 촬영을 해야 했다. 하지만 유준상은 “그 덕에 지리산도 타고, 국가 유적지나 사찰도 볼 수 있어 새삼 나라에 대한 생각을 해보게 될 수 있어 행복했죠”라고 말했다. 또 수백명이 넘는 출연진 및 제작진과 쌓은 지난 1년간의 정도 큰 힘이었다고 덧붙였다.
“김두수, 윤국이, 환국이, 영광이, 오가다, 인실이 등 모든 출연진들이 최선을 다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촬영장 분위기도 너무 좋아 한 번은, 길상이가 감옥에 들어〈?장면을 찍는데, 제가 아들 환국이에게 날 잡아 넣은 김두수를 잊지 말고 사식넣는 것도 잊지 말라고 농담을 했다니까요.(웃음)”
정들었던 ‘토지’도 종영되고, 이제 길상이를 떠나보내야 하는데, 유준상은 길상과는 정반대의 캐릭터인 코믹한 농촌 총각 역을 맡았다. 올해 말 개봉될 예정인 영화 ‘나의 결혼원정기’에서 국제결혼을 하기 위해 우즈베키스탄으로 떠나는 시골 노총각 역을 맡아 27일 현지 로케를 떠났다.
유준상은 영화를 위해 그 사이 ‘초강력 뽀글’ 퍼머를 두 번이나 했고, 살도 8kg이나 찌웠다. 진지한 길상이에서 코믹한 시골 노총각으로 너무 급작스레 바뀌는 것 아니냐고 하자 “코미디 연기를 더 진지하게 임해야 한다는 걸 모르시나요”라며 씩 웃었다.
/이인경기자 lik@sportshankook.co.kr
/사진=박철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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