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로히토역의 오가타 이세이에게 연기지도를 하고 있는 알렉산더 소쿠로프 감독.
희극배우 오가타 이세이 주연… 극우 보수파 테러 겁내
일본 패망 직전인 1945년 8월의 일본 천황 히로히토의 절박한 모습을 그린 영화 ‘태양’(The Sun)이 러시아 감독 알렉산더 소쿠로프에 의해 만들어졌다.
지난 2월 베를린 영화제서 첫 선을 보인 이 영화는 히로히토를 전범이 아닌 인간적인 사람으로 묘사했지만 이 영화가 일본에서 상영될지는 의문이라고 최근 LA타임스가 보도했다.
일본의 무대 희극배우 오가타 이세이(46)가 주연하는 ‘태양’은 히로히또를 일본이 불타고 있을 때 장군들의 뜻을 무시하고 국민들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맥아더에게 항복한 평화주의자로 묘사했다고 신문은 말했다.
신문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에서는 종전 후 지금까지 60년간 배우가 천황으로 나오는 것이 금기시돼 와 아직 영화의 일본상영 배급권을 산 회사가 없다고 덧붙였다.
일본에서 배우가 히로히토역을 맡은 첫 영화는 1967년에 개봉된 ‘일본의 가장 긴 날’. 맥아더에 대한 항복을 놓고 각료들간의 치열한 내부다툼을 그린 영화에서 히로히토로는 유명 카부키 배우 마추모토 코시로가 나왔지만 히로히토는 뒷모습만 보이거나 멀리서 찍는 촬영수법을 사용했다. 유일한 클로업은 하얀 장갑을 낀 히로히토의 손.
최근작으로는 1995년 일본과 캐나다가 합작한 TV영화 ‘히로시마’. 일본 전통극 노의 유명 배우 우메와카 나오히코가 주연한 이 영화는 일본 패망의 현실을 깨닫고 고뇌하는 히로히토를 묘사했는데 TV에서 딱 한번 방영됐다.
이렇게 천황을 신성한 신으로 생각하는 오랜 전통과 함께 일본의 극우보수파 들은 천황의 이미지를 손상케 하는 사람들에게 육체적 공격도 서슴지 않아 일본 영화사들은 천황 이름만 나오면 겁을 먹는다고 신문은 보도했다. 그래서 아직까지 일본에서는 오가타가 천황역을 했는지 아는 사람이 거의 없고 오가타는 일본 미디어와 단 한 건의 인터뷰도 갖지 않았다고. 소쿠로프는 처음에는 러시아 배우를 히로히토로 쓸 것까지 생각했는데 촬영이 끝날 때까지 오가타의 신원을 철저히 감췄다.
일본 패망 직전의 사건 속의 히로히토를 중심 인물로 내놓은 최초의 영화인 ‘태양’은 스탈린과 히틀러에 이어 소쿠로프가 만든 2차대전의 주요 인물 자전적 영화 시리즈의 제3편이다.
‘태양’은 히로히토를 특이하면서도 인간적인 사람으로 묘사하고 있다. 소쿠로프는 역사적 사실을 우회해 가면서 히로히토를 일본 군국주의자들의 또 하나의 희생물인 평화주의자로 그렸다고 신문은 말했다.
소쿠로프는 “이 영화는 비범한 사람의 영혼과 무드와 삶에 대한 반응을 그린 것”이라며 “나는 의도적으로 실제로 있었던 고통스러운 정치적 상황에 대한 언급을 회피했다”고 말했다.
LA타임스는 ‘태양’이 종전 60년을 맞아 일본이 새 역사의 페이지를 넘기려는 때 나왔다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는 아키히토 현 천황이 천황으로서는 종전 후 처음으로 이 달에 2차대전 때 일본이 점령했던 사이판을 방문토록 결정했으며 일본의회 보수파들은 지난 4월에는 히로히토의 생일을 경축하는 국경일의 이름을 ‘그린 데이’에서 ‘쇼와 데이’로 바꾸는데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일본의 이런 조치들을 과거 일본의 이웃 피점령국들은 일본 민족주의의 부활의 징조 보면서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히토히토 천황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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