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6월로 탄생 25주년을 맞은 ‘팩맨’ 비디오 게임의 주인공들.

역대최고 인기 게임
기네스북에 곧 올라

노인까지 즐기는 게임
셀폰으로도 ‘재탄생’
3-D ‘팩-매니아’도 나와

영원히 미로에 갖혀서, 영원히 잉키, 블링키, 핑키와 클라이드 귀신을 조심해야하는 이 빠진 노란 동그라미 ‘팩맨’이 이달로 25세가 됐다. 25세 생일을 맞이하여 셀폰 게임으로 재탄생했을 뿐만 아니라 올해 내로 사상 가장 인기있는 아케이드 게임으로 기네스북에도 등재될 팩맨은 ‘게임 온’이라는 순회 전시회의 주인공으로 9월까지 시카고 과학 및 산업미술관에 전시되어 있고, 늦여름에는 원래 팩맨을 내놓았던 제조사 남코가 3-D 속편인 ‘팩-매니아’를 출시할 계획이기도 하다.
“팩맨은 사람들이 깨닫지 못하고 있지만 어디에나 있다”고 자랑하는 ‘남코 아메리카’의 스캇 루빈 전무의 말처럼 미 전역의 비디오 게임 아케이드나 아이스크림 가게나 바에서나 ‘팩맨’과 ‘미즈 팩맨’은 다섯살짜리부터 95세 노인까지 남녀 노소 누구나 즐기는 게임이다.
1980년 6월 일본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소개된 팩맨의 출생배경은 아래와 같다. 클래식 아케이드 게임 ‘갤럭시안’을 만든 도루 이와타니가 한 조각이 없어진 피자를 보다가 생각해 내 처음엔 ‘뻐끔 뻐끔’이란 뜻의 일본어 ‘빠쿠 빠쿠’에서 차용해 ‘퍽맨’이라 불렸지만 좋지 않게 이용될 수도 있는 ‘퍽’ 대신 ‘팩’으로 이름 첫자를 바꿨다. 어쨌든 처음 나오자마자 히트를 쳐 ‘스페이스 인베이더’ ‘아스테로이즈’ ‘갤러가’보다 더 인기를 모으면서 ‘미즈 팩맨’을 비롯한 파생 게임들도 나오게 됐고, ‘팩맨’과 ‘미즈 팩맨’은 아직까지 결혼한 상태다. 아케이드 게임 뿐인가? 도시락, 카드, 시리얼, 노래, 책등 팩맨이 등장하지 않은 곳이 없었다.
어릴 적부터 학교가 끝나면 꼭 피자집으로 달려가 팩맨 게임을 하고야 집으로 돌아왔고, 지금은 술집 겸 식당 지배인으로 일하며 동전을 별로 넣지 않고 팩맨 게임을 즐기고 있다는 브랜든 매컬리프(29)에 의하면 팩맨은 기다리고 기다리는 것이 본질인 게임이다. 그러다가 기회가 오면 재빠르게 점들을 먹어치우는데 계속 귀신들이 오는지 살피고, 그들이 다른 방향으로 움직일 때까지 기다리기도 해야한다. 그러면서 100점짜리 체리, 200점짜리 딸기, 500점짜리 오렌지도 보너스로 먹으려 노력해야 한다. 시작하면 먹고, 앉아서 기다리고, 또 먹고 앉아서 기다리고 하는 것이 바로 인생과 같다고 이 청년은 말한다.
지난 25년간 전 세계의 비디오게임 점수를 집계해 온 월터 데이에 따르면 팩맨 게임에 만점을 기록한, 혹은 그렇다고 알려진 세계 유일의 인물은 플로리다주 할리웃의 핫소스 제조업자인 빌리 미첼(39)이다. 1999년 7월, 뉴햄프셔주 위어스 비치 펀스팟 패밀리 펀 센터에서 6시간 이 넘도록 계속 게임을 해 256계단을 모두 넘고, 보너스란 보너스는 모두 먹고, 귀신들 역시 죄다 잡아 먹은 끝에 333만3,360점을 받았다.
그 일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고 말하는 데이는 팩맨을 ‘비디오 게임 시대의 에이브러햄 링컨”이라고 말한다. 에이브러햄 링컨이 별 볼일 없이 시작해 최고의 성공을 거두려는 개인에게 궁극적인 모범이 되는 것처럼 팩맨도 그저 하나의 비디오 게임으로 시작했지만 그저 하나의 게임으로 끝나지는 않았다는 것. 사람 같으면 이제 인턴쉽과 학자금 융자 상환이나 생각할 나이인 25세에 팩맨은 비디오 게임의 대부가 되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