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미스터 Q’의 송윤아와 ‘천국의 계단’의김태희는 주인공에 맞선 강력한 악역 연기로 눈길을 끌었다. 주인공을 잡아 먹을 듯한 카리스마를 드러냈다. ‘독한 악역-선한 주인공’의 대립이 선명하게 대비되면서드라마도 큰 인기를 끌었다.
그런데 이처럼 드라마 인기의 한 축을 담당했던 선악구도가 최근 희미해지고 있다. MBC ‘내 이름은 김삼순’, ‘신입사원’, KBS ‘쾌걸 춘향’, SBS ‘패션 70s’, ‘불량주부’, ‘온리유’ 등 인기 드라마에서 주인공의 상대역으로 나오는 이들은 전형적인악역이라기보다는 인간미가 물씬 풍기는 캐릭터다.
단적인 예가 ‘내 이름은 김삼순’의 정려원. 그는 현빈을 사이에 두고 주인공 김선아와 삼각관계를 이룬다.
현빈을 차지하기 위해 독기를 풍겨야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오히려 ‘쿨’한이미지가 부각된다. 사랑하는 남자를 위해 자신의 병을 숨기고 이별을 결심했을 정도로 멋있다. 손톱을 바짝 세워 상대를 자극하기보다는 이같은 인간적인 면을 통해현빈의 마음을 흔들고 있다.
’쾌걸 춘향’의 엄태웅, ‘패션 70s’의 김민정, ‘온리유’의 홍수현 등도 전형적인악역과는 거리가 먼 캐릭터다.
이에 대해 KBS ‘풀하우스’, ‘고독’ 등을 연출한 표민수 PD는 이런 경향은 작년말부터 두드러지고 있다면서 제작진이 단선적인 캐릭터만으로 미니시리즈를 이끌기에는 부담이기 때문이다. 스타시스템에만 의존해 전형적인 선악구도로 제작한 드라마들이 잇달아 실패한 것도 한 원인이다라고 말했다.
이런 드라마 제작 경향에는 다원화되고 있는 사회분위기도 한 몫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것은 옳고 저것은 그르다’라는 식이 아니라 ‘어떤 각도에서 보느냐에 따라 옳을 수도 있고 그를 수도 있다’는 일반인의 의식이 반영되고 있는 것. 이때문에 시청자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착하기만 하거나 악하기만 한 인물에 대해서는쉽게 싫증을 낼 수밖에 없다.
동화 속 왕자가 아니라 옆집 아저씨 같은 현실적인 캐릭터가 최근 자주 등장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문어체가 아닌 실생활이 반영된 대사가 넘친다. 주인공이 욕을 하고 상대가 오히려 매력적으로 그려진 장면도 쉽게 접할 수 있다. 극한 대립보다는 온화한 분위기 속에서 재미를 끌어내는 것.
구본근 SBS 책임프로듀서는 요즘은 악역을 등장시키더라도 그가 왜 그런 상황에 처했는지 동기와 과거에 대한 설명을 많이 하는 편이다. 단순히 주인공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도구보다는 인간의 욕심과 위선 등을 심층적으로 그려내기 위해 악역이 이용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지명도가 높은 배우가 주인공의 상대역으로 캐스팅될 때도 선악구도가약해지는 현상을 볼 수 있다. 스타급 연기자가 아무 생각이 없어 보이는 악역은 맡지 않겠다고 버틸 경우 제작진으로서는 캐스팅을 위해 캐릭터 수정 요구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한편 표PD는 캐릭터들이 동등한 인격으로 취급된다는 것은 드라마가 진화되고있다는 반증이다라면서도 캐릭터의 다양한 면을 부각시키다보면 캐릭터의 기본 축이 흔들릴 수 있다. 또 드라마가 지나치게 가벼워질 수도 있다. 드라마 제작진은 이런 점을 고민하고 극복해야 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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