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도 청결, 둘째도 청결..그리고 셋째도 청결.
교환교수로 뉴욕엘 오는 가족을 위해 1년간 머물 집을 구하러 다녀보니, 렌트할 집을 구하는 일이 보통일이 아님을 새삼 느꼈다. 어느 집 주인은 아예 처음부터 외국에서 오는 사람은 싫다고 해서, 인종차별이라고 고소할까 생각도 해봤으나, 저런 성격의 집 주인이라면 그 집에 안 사
는 것이 다행이다 싶었다. 다른 사람과 공동 생활한다는 것은 꼭 룸메이트가 아니더라도 아파트나 콘도나 2패밀리 하우스에서나 마찬가지로 유난히 더 남을 배려하는 정신을 생활화해야 할 것이다. 단독주택에 산다고
해도 결국은 나의 생활이 바로 옆집들과 그리고 한 골목 안 이웃과의 공동생활임을 잊지 말아야할 것이다. 우리들에게 절실한 것은 ‘청결’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아파트에 갔을 때, 엘리베이터에서 나오면서 김치찌개 냄새가 나면 여기 한국 사람이 사는구나 하고, 문 앞에 너저분하게 신발이 벗어져 있으면 분명히 한국사람들이구나 한다. 전통의 생활 스타일이 있고, 안 먹고는 못사는 음식들이 있는 것은 다른 나라사람들에게도 다 마찬가지이겠
으나, 수 많은 인종 중에서 한국 사람들 더럽다 소리는 안 듣는 것이 좋지 않을까.
플러싱의 어느 주차장엘 갔을 때 먹다 남은 우동그릇, 시커먼 걸레, 온갖 종이들이 막 널려있는 사무실에 가서 열쇠를 맞기면서, 내 열쇠를 잡는 손이 무척 끈적끈적할 것 같아 불쾌한 마음을 걷잡을 수 없었다. 그 때 자연스럽게 나오는 말이 ‘아휴 이 나라 사람들은 정말...’이었다. 그러는 나는 사실 손바닥만한 앞마당 잔디조차도 보기 흉하게 자랄 때까지 내버려두다가 옆집 생각하면서 겨우 깎는 수준이니.....
독도문제로 흥분한 친구들과 이야기할 때, 미국에 살면서 반일 감정 갖기가 참 어렵다고 솔직히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작은 약속이라도 꼭 지키는 일본 사람들의 깔끔한 태도, 반듯하게 정리 정돈된 일본사람이 하는 가게, 최고급식당 리스트에 올라있는 일본 음식점은 물론, 하다못해 일본사람이 운영하고 있는 자동차정비소는 꼭 자동차 모델 쇼룸처럼 깨끗한 것을 볼 때 그들의 청결함에 감탄마저 나온다.
이민초기 한국학생이 김치 국물 묻은 옷을 그냥 입고 가서 친구들한테 따돌림 당하는 이야기 등은 흔히 들었던 일이다. 이민 100주년 기념도 지났다. 어리숭하고 ‘몰라서 그랬다’라는 말은 이제 잘 안 통할 때도 된 것 같다. 옷차림서부터 주거공간서부터 또 생업의 현장까지 우리가 암만 억척스럽게 해도 ‘너무했다’라는 소리를 듣지 않을 것은 오로지 ‘청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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