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 중질유 기준으로 2002년 1월 배럴당 20달러 수준이던 유가는 현재 약 3배 상승한 배럴당 60달러 선을 돌파했다. 과거 유가가 3배 가까이 올랐을 때 이는 바로 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경기는 침체되고 증시는 하락했다. 이 때문에 많은 투자자들은 유가 상승에 우려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놀랍게도 최근 유가가 60달러를 돌파해도 주요 지수들은 오히려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현재 유가 수준과 증시의 관계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필요하다고 본다.
우선 과거와 최근의 유가 폭등에서 가장 큰 차이점은 유가 상승이 일어난 기간이다. 제1차 오일 쇼크였던 1974년에는 중동 주요 산유국들이 인위적으로 가격 담합을 해 유가가 말 그대로 하루아침에 3배 폭등했다. 제2차 오일 쇼크인 1979년에도 이란의 친미 정권 붕괴와 미국 대사관 직원 압류 등 극심한 국제정치 혼란 속에 유가가 몇 개월만에 3배 폭등했다. 반면 최근 유가 동향을 보면 1990년대말 경기 급성장에 의한 석유 수요 증가로 한때 35달러 선까지 갔다가 2002년 1월 20달러 수준까지 하락한 후 거의 3년 반만에 3배인 60달러 선을 돌파했다.
따라서 과거 70년대 오일 쇼크 때와는 달리 수년에 걸친 점진적인 유가 상승으로 개인 소비자와 기업이 유가 상승에 따른 재정적 대비를 해왔다. 뿐만 아니라 유가 폭등을 감성적으로 어느 정도 받아들일 수 있는 정신적 대비도 해왔다. 유가 상승 여파 또한 경제에 점진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둘째는 유가 상승이 실제 물가 상승에 미치는 여파의 정도 차이다. 1970년대 미국을 포함한 대부분 선진국은 제조업 중심의 경제 구조를 기반으로 해 유가 상승이 생산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줘 경기 성장을 빠르게 둔화시켰다.
그러나 지금의 선진국 경제 구조는 서비스업을 기반으로 이뤄져 유가 상승이 생산 경제 때와 같은 수준의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 또한 기술 혜택으로 인해 빠르게 향상되고 있는 생산성은 유가 상승으로 인한 물가 상승폭을 상쇄하고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요인은 역시 고용 증대로 인한 소비자들의 수입 증대와 경기 성장으로 인한 기업 수입의 증가다. 지난해 약 220만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된 데 이어 올해도 비슷한 수준의 새로운 일자리 창출이 기대된다. 무엇보다도 5%대의 낮은 실업률이 현재의 건실한 고용시장을 대변하고 있다. 작년 한해 유가 상승으로 인해 개인 소비자들이 추가 지출한 유가 관련 비용이 500억 달러에 달한다. 그러나 미국의 전체 개인 소비자 수입액이 지난해 5,270억 달러가 증가해 유가 상승에 따른 추가 비용 지출을 만회하고도 남았다. 이것이 유가 상승이 소비자 지출 감소를 불러오지 않은 이유이다.
따라서 유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올해 국내총생산이 약 3.5% 내외로 성장할 걸로 예상된다. S&P 500대 기업의 수익률 성장률도 약 10% 내외가 될 전망이다.
물론 곧 시작될 2·4분기 기업 수익 발표에서 최근의 60달러대 유가가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보다 자세히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발표된 기업들의 예상치를 살펴보았을 때 여전히 건실한 기업 성장이 예상된다.
유가가 어느 수준에 달했을 때 경기가 본격 타격을 입을지는 누구도 정확히 알 수 없다. 그러나 유가의 절대가가 비록 사상 최고를 기록하고 있지만 물가 상승을 고려한 1970년대 유가가 현재 가격으로 약 94달러 수준임을 감안한다면 60달러선 유가가 일반 투자자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심각하지 않다. 시장도 그렇게 해석하고 있다.
러셀 이
(310)544-3687
<시티그룹 스미스바니 투자담당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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