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잔은 꼭 기둥을 잡아야...
서울서 온 친구랑 한국식당에서 식사를 하는데, 우리 상에서 고기를 구워 주던 아주머니가 이거하고 소주한잔 하면 좋다고 말을 건넸다. 밤이면 유학생들이 많이 와서 소주를 마신다며 ‘아이구 여학생들이 더 잘 마셔요’ 하신다. 뉴욕에 와서 공부를 하는 딸을 둔 내 친구의 얼굴이 굳어지는 것을 보았다.
자그마한 광고하나에도 사람의 마음이 크게 움직이는데, 그렇게나 열심히 폐암에 걸린다고 선전을 해도 여전히 수많은 사람들이 담배를 피우고, 그렇게나 알콜중독자나 음주운전에 대해 교육을 해도 술은 여전히 인류의 best friend로 존재하고 있다. ‘술 안해요’하고 꿋꿋이 앉아있으면 제일 좋은데, 왕따 당하기 싫은 마음에 주변 분위기에 휩쓸리기 마련.
더욱이 요즈음 여기 한국 사회에서도 와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웬만한 사교 모임에는 와인 한잔 정도는 기본으로 나오니 이래저래 ‘술’은 어떤 형태로든지 우리를 따라 다닌다고 해야 할 것이다. 보통, 딱 한잔이 두 잔 되고 두 잔이 석 잔 된다는 말이 있지만, 와인은 음식을 먹을 때 곁들일 수 있는 명실공히 ‘딱 한잔’하기에 알맞은 술이라 생각된다. 얼마 전 한국여자배우가 나오는 ‘사이드웨이’란 영화에 특히 와인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와서 흥미롭게 본 적이 있다.
뉴욕처럼 레스토랑 문화가 발달한 곳에 살다보니 가끔은 근사하고 멋진 레스토랑엘 가게 되는데, 같이 간 사람들이 와인 시키는 것을 유심히 보아 두곤 한다. 생선요리엔 화이트 와인, 고기요리엔 레드 와인의 정도의 구분은 기본으로 알고 있었지만 레드와인에도 멀로우, 카버넷 샤비뇽, 피노누와, 쉬라즈, 게다가 프랑스, 이태리, 남미, 캘리포니아 산 등등에다가 수천가지의 다른 이름들...갈 길이 먼 것 같다.
내 정도의 수준에서라도 꼭 알아야할 것은 어떤 와인을 한잔 따라왔던지 와인 잔을 잡을 때에는 잔의 기둥을 잡아야한다는 것. 보통은 자연스럽게 엄지와 가운데 손가락으로 둥근 잔을 잡게 되지만, 좀 건들건들 불안전한듯해도 기둥을 잡는 이유는 유리에 손자국이 나지 않게 하고, 또한 손바닥의 열기가 와인에 닿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잔을 들고 곧장 입으로 가지고 가 꿀꺽 마시지 말아야한다.
먼저 잔을 살짝 몇 번 돌려준다. 그렇게 해야 와인에 공기가 들어가게 되고 따라서 와인의 향기를 잘 풍기게 해주기 때문. 와인의 맛은 냄새에 있다고 할 정도로 향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마시기전에 잠시 와인에서 나는 향을 맡으며 입안에 와인을 약간 머물게 하는 척이라도 하는 것이 세련된 태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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