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언젠가 어렸을 때, 한여름 땡볕에 하루종일 콩밭을 매본 적이 있나요.
그리고 밤새 등가죽이 벌겋게 익어 반듯이 눕지도 못하고 엎치락뒤치락 잠 못 자는 여름밤을 가져본 적이 있나요.
그대 언젠가 아버지와 같이 사랑방에서 잠 잘 때, 벅찬 일에 지친 아버지의 끙끙 앓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나요.
항상 무섭고 어렵기만 하던 아버지, 어느새 늙고 약해진 모습에 가슴 저미는 긴긴 밤을 가져본 적이 있나요.
그대 언젠가 국민학교 다닐 때, 차비로 맛있는 꽈배기나 대영빵 사먹고 종로 1가에서 청량리 집에까지 걸어가 본 적이 있나요.
비를 맞아 흠뻑 젖은 생쥐 꼴로 척척 달라붙는 교복을 입고, 신문로에서 청량리까지 몇 십 리 길을 걸어 집에 가본 적이 있나요.
그대 언젠가 너무나 아프고 고통스러워, 차라리 죽는 게 더 낫겠다고 생각해본 적이 있나요.
생사의 기로에서 고열에 비몽사몽, 아무리 높은 데서 떨어져도 꿈에서 깨지 않고, 귀신에게 창에 찔려 허공에 내동댕이쳐져도 죽어도 깨지 않고, 지옥과 천당 사이를 오락가락, 무중력 상태로 한없이 날아다녀 본 적이 있나요.
그대 언젠가, 그대가 살아온 날들이 기적 같았다고 생각해본 적이 있나요.
하지만 지나놓고 보니, 모두가 아름다운 추억이었다고 생각해본 적이 있나요.
인생의 정글 속을 헤매다, 겨우 빠져 나와 한숨 돌리려 하니 벌써 해질녘, 돗자리 걷을 때가 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나요.
임기명 <엘리컷시티,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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