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한국에서 와인 열풍이 불어, 새로 담갔을 때에 맛이 제일 좋다는 불란서 보졸레(Beaujolais)와인이 한국에 들어오기가 무섭게 동이 났었다고 한다. 누가 좋다하면 ‘너도 나도’하는 또 하나의 한국스러운 풍경이다. 같은 이름의 와인이라도 제조년도에 따라 맛이 다르고, 또 그 정도로 와인의 맛을 즐기기에는 많은 경험이 따라야 하는 법. 생전 듣지도 못한 이름의 와인을 좋다고 하는 말만 듣고 줄을 서서 사갔다는 이야기는 코미디감이다.
어쨌든 이건 몇 년 전의 이야기. 우리 한국 사람들도 이제는 억지로 수준을 맞추려고 해서가 아니라, 손님 초대에 와인을 내 놓는 것이 거의 자연스런 일로 되어가고 있다. 몇 가지 기본을 몸에 익히면 더욱 자연스러울 것이다. 혹시 손님이 선물로 와인을 갖고 왔어도 미리 준비해놓은 와인이 있으면 그날 꼭 그 와인을 내 놓지 않아도 경우에 어긋나지 않는다.
무엇보다 먼저 요리에 따라 레드와인(붉은 포도주)나 화이트 와인(백포도주)을 선택해야 한다.
고기 요리에는 레드, 생선 요리에는 화이트라 했으나, 법으로 정해진 것이 아닌 만큼 음식과 어어울리는 것으로 선택하는 것이 좋다. 치즈나 크래커, 올리브 등과 함께 할 때에는 레드나 화이트나 별 상관이 없다.
레드 와인일 경우는 ‘Room Temperature’ 즉 섭씨 57도~68도 정도를 유지해주어야 한다. 화이트 와인은 미리 냉장고에 넣어두어 섭씨 50정도, 58도를 넘지 않게 한다. 알맞은 온도는 와인
의 맛을 돋우어 준다. 레드 와인은 식사 전 1시간 전에 미리 따두는 것이 좋다. 밀폐되어있는 동안 생긴 산소, 즉 신맛을 내 보내기 위해서이다. 반면에 새콤한 맛이 특징인 화이트 와인은 식사 직전에 따야 한다.
레드와인 잔은 둥그런 것을 쓰며, 화이트 와인 잔은 튤립 모양의 호리 것을 쓴다. 스파클링 와인을 마실 때에는 풀륫이라 부르는 더욱 더 뾰족한 잔을 쓰는 법이다. 주인이 손님들에게 와인을 따를 때에는 여자에게 먼저, 그다음 나이 많은 순으로 하며, 많아도 3분의 2이상을 넘지 않게 따른다. 잔에 반 정도 또는 가장 둥근 부분까지라 하기도 한다. 잔 끝까지 꽉 따르는 것은 촌스럽다.
식사 중 와인의 종류를 바꾼 다면 다른 잔을 내거나 쓰던 잔을 물에 헹구라고 한다. 와인 각각의 독특한 맛을 존중하는 태도이다. ‘와인마시기’에는 이목구비뿐 아니라 감정까지도 동원된다. 따를 때의 소리와 잔에 담긴 와인의 색깔을 즐기며 코로 냄새와 혀로 맛을 보고 그리고 와인을 목구멍으로 넘긴 후의 느낌까지. 내 수준으로는 아직 갈 길이 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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