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의견
▶ 김종한 /리치몬드 . 버지니아
정확히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어렸을 때 본 동화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옛날에 한 병정이 있었다. 어느날 그 병정은 한 여자를 보고 그녀에게 마음을 온통 빼았긴다. 그래서 그녀에게 다가가 청한다. 나와 만나주지 않겠어요. 그랬더니 그녀가 말한다. 내집 창 밖에서 100일간 매일 서서 나를 기다리면 당신을 만나주지요.
그래서 그 남자는 그녀를 만나려는 일념으로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눈이 오나 그녀의 집 창 밖에 서서 기다린다.
하루가 지나고 열흘이 지나고 오십일이 지난다. 시간이 점점 지나면서 그녀의 마음 속에도 그에 대한 사랑이 싹트기 시작한다. 99일이 지났는데도 그는 여전히 창밖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다. 그녀는 이제 백일이 되는 내일이 되면 드디어 그를 만나겠구나 생각을 한다. 100일째가 되었다. 그녀는 아침에 일어나 들뜬 마음으로 창문을 연다. 그가 창밖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으리라는 기대를 가지고. 그러나 그는 거기에 없었다.
하루를 남겨두고 그가 어디로 어디로 간걸까. 왜 그는 사라진 걸까. 99일을 기다렸으면서 왜 마지막 하루를 참지 못하고 떠난걸까. 이해가 가지 않는다. 병정의 마음이 되어서 그 동화를 다시 곰곰히 생각해 본다. 왜 그가 마지막날 떠난걸까?
기다리면서 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 병정은 99일동안 그녀를 기다리면서 자신의 존재 가치를 깨달은 것은 아닐까. 기다리는동안 그녀가 자기에게 와서 단 한번만이라도 따뜻한 말이나 손짓을 했더라면 그가 떠났을까? 그는 기다리고 또 기다리면서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것을 배운 것은 아닐까?
살면서 우리는 우리에게 중요한 사람을 마구 대한다. 그것도 아주 오랫동안. 상대방의 인내와 참을성을 마치 시험하듯이 말이다. 상대방이 자신을 떠나고서야 깨닫는다.
곁에 있을 때 좀 잘할껄. 이 동화는 우리에게 이렇게 묻고 있는지도 모른다. 당신의 옆에서 당신을 향해 마음을 주고 있는 병정을 당신은 지금 그저 방치하고 있지 않나요?
김종한 /리치몬드 . 버지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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