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재홍목사(뉴욕신광교회)
바닷가에 섰을 때나 산 위에 섰을 때나 늘 느끼는 것이 있다. 바다는 그 무엇도 다 품에 묻어 버리고 산은 모든 것을 다 안아 버린다. 그런데 사람은 묻지도 안지도 못하고 엉거주춤하여 사사건건 문제도 아닌 것을 문제로 만들어 자기만족을 채우며 입가에 미소를 머금는다. 참으로 답답하다. 우리는 바다도 다스릴 줄 알고 산도 사용할 줄 알고 있다. 그러면서도 사람과 사람 사이는 요지부동이다.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바다는 자기 속살을 깊이 41미터까지 내보인다.
산은 가장 높은 곳도 우리의 발길을 허락했다. 그런데 2미터도 안 되는 인간의 속마음은 겹겹이 쌓여 녹을 줄도 품을 줄도 모르고 살아간다. 깊은 사념 속에 사로잡혀 어떻게 해야 사람이 사람을 안을 수 있을까 생각하다 어릴 적에 눈사람을 만든 기억이 불현듯 떠올랐다. 먼저 주먹만 한 눈을 뭉쳐 이리저리 딩굴리면 땅위의 것들이 눈과 더불어 둥글게 눈과 더불어 커져간다. 눈덩이 속에는 지푸라기, 개똥, 먼지, 온갖 잡동사니가 다 함께 하나가 된다. 흰 눈 사람은 속에 더러운 것을 다 안고도 말이 없고 그렇게 깨끗할 수가 없다. 거기에 눈도 그려 넣고, 코도 붙이고, 한 박 웃음을 웃고 있는 사람으로 입을 찢어지게 크게 그린다. 눈사람은 더럽고 쓸모없는 것들을 품고도 불평이 없다. 다 품고 그저 웃고 있을 뿐이다.
우리는 여기서 눈사람의 철학을 배워야 하겠다. 모든 것을 다 안고 갈 수 있는 마음이 깊은 사람이 되고 문제를 문제로 여기지 않고 인생의 한 과정이라 생각하며 살아가자는 것이다. 각 분야에서 열심히 일하는 모든 국민이 그런 마음으로 자신을 지키고 살면 좋은 사회가 되고 서로 신뢰와 즐거운 사회가 될 것인데 조금도 마음의 여유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사회의 통념이나 어떤 제도의 룰을 어기는 것에 관심이 많고 흥미를 유발한다. 그러나 작가들마저 정신을 잃고 대중의 눈을 의식하다 보니 온통 쑥대밭이 되어가고 있다. 그런데도 사람은 그것이 좋다고 여기저기서 대화의 서두가 되는 것을 보면서 민족의 정신연령이 의심스러울 정도다.
새 봄이 되어 눈은 녹고 그 자리는 흔적도 없는 눈사람같이 우리도 흔적이 없이 사라질 존재가 아닌가! 무엇 때문에 현실을 이기지 못하고 아웅다웅 거리며 도토리 키 재기를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좀 더 둥글게 살았으면 한다. 너 속에서 나를 찾고 내 속에서 너를 이해하는 살기 좋은 이웃이 엮어지는 살맛나는 세상을 만들어갔으면 한다. 이 때 우리는 한 가지를 해도 보람을 느끼며 서로에게 힘이 되어줄 것이다. 참으로 살 길이 어디에 있는지 볼 수 있는 눈이 열리고 지각이 있었으면 한다.
남에게 한 알의 밀알이 되어주지는 못해도 짐이 되어지는 신세는 안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원래 길이 있는 것은 아니다. 많은 사람이 다니다 보니 길이 생겼다. 우리는 지금 우리의 삶의 틀을 통해서 길을 내고 있다. 많은 사람이 따라올 길 말이다. 과연 우리는 어떤 철학을 가지고 지금 이민의 개척자로 살고 있는지 보아야겠다. 참으로 다른 것은 몰라도 우리 모두가 어려서 눈사람은 만들어 봤을 터이니 눈사람의 철학이라도 가지고 새 길을 열어 우리 뒤에 따라오는 사람들로 삶의 맛을 풍기게 하자.
이 때, 우리는 후대가 말하기를 선구자라 할 것이다. 낮을 낮으로 말하는 것이 무엇이 그렇게도 어려워서 주위의 눈치를 살피며 낮을 밤이라 하는 사람들의 뒤를 따르려 하는지...이제부터 우리는 한 시대를 새롭게 할 책임을 가지고 있기에 바른 철학을 가지자. 다른 것은 몰라도 눈사람의 철학이라도 가지고 살면 살 맛 나는 세상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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