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광스님(뉴욕불광선원 주지)

사찰에서 행해지고 있는 대부분의 불교행사는 사람들에게 착하게 살아가면서 다음 생을 닦는 길을 제시해 주는 것이 그 우선 목적이다. 물론 한 차원 승화시키면 철저한 수행 속에서 깨달음을 얻고자 하는 것이 최종 목적이기도 하다. 하지만 복덕을 쌓고 이웃들을 위한 삶을 사는 것이 전제되지 않는 깨달음이란 사실 불교의 본래 의미를 희석시키게 된다. 그래서 그 많은 불교 행사 중에서 특히 부모에 대한 효도는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삼고 있다. 바꾸고 싶어도 바꿀 수 없는 것이 부모이며,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이 부모자식 간이다. 부모는 자식을 위해 온갖 것을 다 바치신 분이다. 자식에게는 한없이 인자하기만 한 이분들도 이 세상 살아가면서 잘못된 업들을 많이 지었을 것이다. 잘못된 업을 지은 분들은 지금도 수승하지 못한 세계에서 신음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불교에서는 1년에 단 한 차례 삼악도에서 고통 받는 선망 부모들을 천도(遷度)하기 위해여 커다란 재(齋)를 베푼다. 이 날이 바로 불교의 4대 명절 중의 하나인 음력 7월15일, 우란분재일(盂蘭盆齋日)이다. 사바세계에서 국가원수가 특별한 날에 감옥에 있는 죄수들을 특별사면 시키듯이, 연중 단 한번 삼악도의 문이 열려 수많은 유주무주의 고혼과 선망 부모들이 제도 받을 수 있는 유일한 날이기도 하다. 우란분(盂蘭盆)이란 산스크리트어로 울람바나(Ulambana)에서 유래된 말이다. 다시 말하면 <울
람바나>는 죄를 짓고 지옥에서 거꾸로 매달려 고통 받는 부모 조상들의 혼백(魂魄)을 구해내고 풀어낸다는 뜻이다. 이 날엔 백가지의 과일 등 음식을 차려놓고 부처님께도 올리고 대중스님들께 공양을 올려 대(大)천도재를 지내면 살아계신 부모는 물론 돌아가신 7대 조상과 친척들까지 고통에서 벗어나게 된다 하였다. 그러므로 부모님 은혜에 깊이 감사드리며 효도하는 날이 바로 우란분절이다.

매년 이맘때면 어김없이 치루는 행사이며 금년에도 어느덧 49일 동안의 선망부모 천도 지장 특별기도일이 다가왔다. 이 날은 본래 부처님 10대 제자 중 신통제일이며 효성이 지극한 목련(Maugalayna)존자가 지옥에서 고통 받고 있는 어머니를 구제한 것으로부터 유래되었다. 그 때 당시 부처님께서는 목련존자에게 말씀하셨다. “어느 누구라도 부모님께 효도하고 조상을 천도하려면 우란분절의 날에 수많은 성현들께 공양을 올려야 되느니라. 이때에 간절한 기원을 하면 생존해 있는 부모는 일생동안 무병장수하고 선망조상(先亡祖上)의 영가들은 좋은 국토에 태어나서 한량없는 복락을 받으리라.” 이 후부터 음력 7월 보름날 우란분절의 행사를 세계 모든 불교국가들은 지켜 오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