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악 박물관에는 산악운동의 발전과정과 역사, 옛 장비, 여러 기록 등이 전시돼 있는데 1865년 7월 14일 최초의 등반 성공을 하고 내려오는 순간 에드워드 윔퍼 일행 7명중 4명이 로프가 끊어져 추락하는 대참사의 대형사진이 인상적이다. 앞서 18개의 등반대가 도전했으나 모두 실패하고 윔퍼 일행의 등반성공과 참사가 세계적 뉴스로 알려지면서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까지도 운명적인 이 사건에 관여해 왕실회의까지 했음) 마터호른은 유명한 산간 휴양지로 발전하게 되고 등산객의 메카로 변했다고 한다.
연도는 틀리지만 7월14일은 아이러니하게도 프랑스 혁명 기념일과 같은 날짜다. 100년전 여성 등반객이나 스키어들은 파티에 갈 때 입는 모양의 예복 치마와 모자를 쓰고 있어 한국의 양반처럼 예의를 더욱 존중(?)했던 모양이다. 박물관 앞 메인 스트릿에는 세계 각국에서 몰려온 관광객들 사이로 방울 단 양떼 무리들이 민속축제 행진을 하고 역 광장 앞엔 민속전통악기 연주가 행인의 시선을 끈다.저녁을 먹고 대원 몇 명(일요산악회 정영은 회장, 박광화씨)과 다운타운 산책을 하던 중 한 골목길 중앙에 조그마한 동상을 발견했다. 동상에 새겨진 독일어를 옆에 있는 노인에게 영어로
번역해줄 것을 부탁했는데 째르마트의 유명한 산악가이드 ‘인터비넨’(1900~2003)에 관한 것이었다.
인터비넨은 90세 고령으로도 마터호른 최초 등반 125주년 (1990년 7월 14일) 기념행사 기간에 동료 산악가이드와 함께 정상에 올랐다, 또한 평생동안 마터호른만 가이드로서 371회나 등정한 기록을 갖고 있어 그를 마터호른의 왕(King of the Matterhorn)이라 부른다. 다른 산을 합하면 1,000번이 넘은 등정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인물이다.
식당이나 바를 빼고 기념품 상점들은 문을 닫았는데 게이트나 샤터가 없다. 스위스 시계 상점의 진열장엔 시가 4만 달러 정도의 다이아몬드로 장식된 시계들이 잔뜩 진열되어 있으나 유리창 하나 사이에 노출되어 있었다. 뉴욕거리에선 상상 할 수 없는 일이다. 여행기간 중 이곳에서 경찰을 한명도 못본 것을 보니 도둑 걱정은 없는 모양이다. 높은 산악 마을이어서 밤낮의 온도차가 심해 기온이 차가와지자 우리 일행은 숙소로 향했다. 다음날 아침(7월6일) 6시께 일어나 테라스 유리문을 여니 맑은 날씨에 마터호른 산이 정면으로 우뚝 솟아있었다.
룸메이트인 막내아들(홍순권, 컬럼비아대 1학년)을 깨우니 설경의 마터호른을 보고 “와우”라고 감탄을 연발했다. 우리 대원들은 호텔부근의 다른 등산 전차역에 모여 45도의 동굴 속 엘리베이트형 전차를 탔는데 단 3분만에 650m를 올라 해발 2,293m인 슈네가 산중턱 역에 도달, 동굴 밖으로 나오게 됐다. 동굴 밖으로 나오니 마터호른이 눈앞에 펼쳐졌다.
슈네가 등산코스는 라이제(Leisee) 호수를 지나 산록의 푸른 목장지대(겨울에는 스키장)와 상나무 향기가 풍기는 산간마을이 나타나며 산길에 피어있는 이름 모를 아름다운 고산지대 들꽃들이 알프스의 풍경을 더욱 매력 깊게 해준다.내려오는 도중 핀델른(Findeln) 산간마을 커피샵에 들려 마터호른을 마주보고 커피잔을 들며 목장과 목초를 쌓아두는 통나무집들의 매력적인 경치를 봤다. 이 마을의 라이제 호수에 비친 마터호른 실루엣 모습과 목장지대는 세계의 풍경사진이나 달력 등에 자주 등장한다고 한다.고산목장지대를 지나 전나무 숲 사이 등산로를 따라 오면서 유럽 각국에서 온 등반객들과 마주칠 수 있었다.
우리는 오후에 하산, 자스페로 가기위해 마을 역에 모였다. 역광장 부근 포장마차에서 점심으로 해결한 즉석 구운 소시지 맛은 뉴욕에 돌아온 후에도 생각날 정도로 잊을 수 없을만큼 맛있었는데 아마도 그 아름다운 고산목장에서 생산되었음에 틀림없었다.우리 일행은 환경보존 등의 이유로 차 출입이 통제된 마을에서 전차로 태슈 마을역에 도착해 렌터카를 찾아 쟈스페로 향했다.
<미동부산악연맹(구 미동부산악단체협의회) 홍종학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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