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초 세계 해병대 전우 축제에 참석하기 위해 포항에 다녀왔다. 의리에 살고 의리에 죽는 해병대 전우들의 모임은 언제나 감동적이지만, 이번에는 마침 해병대 1,000기 수료식이 거행되어서 특히 감회가 깊었다.
80 고령의 1기 선배가 손자뻘 되는 1,000기 후배와 나란히 손을 붙잡고 의장대 사열을 받으며 걸어나와 꽃다발을 받을 때 일제히 터져 나온 환호성은 아직도 귀에 생생하다.
해병대는 1949년 4월15일 창설되었다. 당시 해군 진해 통제부에 입대한 해군 13기 중 신체건강하고 정신력이 강한 380명을 해병대 1기생으로 뽑았다.
그들이 해병대의 뿌리를 내린 지 56년. 그간 해병대는 많은 피와 땀을 먹고 성장하여 지난 5일 1,000기의 후배를 배출하게 되었다. 1964년 입대, 158기생인 내가 볼 때는 아들 뻘의 후배들이다.
창설 당시 영내 후생복지 시설은 전무하였고 세끼 식사도 넉넉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렇게 죽지 않고 겨우 버틸 정도의 가혹한 지옥훈련으로 해병대 1기와 2기생은 몹시 마른 체격에 눈은 광야의 표범처럼 빛을 발하는 초인간적 ‘독종’으로 개조되었다고 한다.
해병대는 규모는 작지만 정신무장 면에서 가장 으뜸으로 국가 안보에 늘 앞장섰다. 많은 전투에서 필승의 신념, 불굴의 정신으로 싸워 승리를 거두어서 ‘무적 해병’ ‘귀신 잡는 해병’의 신화를 창조해 냈다.
이와 같은 강인한 ‘해병 혼’이 면면히 이어져 1,000기를 배출하기에 이르렀으니 감개가 무량함을 금할 수 없다.
이제 해병대 1기생 노병들은 겨울의 낙엽과 같이 사라져 가지만 봄이 되면 싹이 트고 잎이 돋듯 뿌리는 죽지 않고 ‘해병 혼’이 되어 후배들 가슴속에서 영원히 숨쉬고 있을 것이다.
노병은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
안광희/ 재미해병대 전우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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