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는 좋은 점수예요’
(F is for Fabuloso)
지난주 소개한 Linda Sue Park과 같이 작품의 수와 질면에서 주목할 만한 한인 2세 작가가 한 명 있다. 지난 1992년 ‘나의 목소리를 찾아서’(Finding My Voice) 라는 작품으로 미국 문단에 데뷔한 뒤 올해 발표한 한인 이민 소녀 이야기 ‘누군가의 딸’(Somebody’s daughter) 을 포함해 모두 여섯 편의 아동 소설과 청소년 소설을 발표한 Marie G. Lee 작가이다.
마리 리는 64년 미네소타 북부의 작은 마을 히빙에서 태어났다. 고교 시절 학교에서 유일한 아시아계일 정도로 마리는 70년대 백인 마을에서 백인들 사이에서 어린 학창 시절을 보냈는데, 그녀에게는 다음과 같은 에피소드가 있다. 청소년 사이에 인기 있는 ‘Seventeen’ 이라는 잡지가 있는데 우리 부모들도 친숙하리라 믿는다. 이 잡지는 가끔 여학생을 위한 패션 충고, 기사 등을 싣는데, 어느 날 푸른 아이 섀도우에 대한 내용이 실렸고, 마리 리의 많은 친구들이 이것을 따라 하게 된다. 마리 리도 당연히 시도를 하였는데, 백인 친구들과는 달리 자신이 푸른 아이 섀도우를 한 모습이 매우 어색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 때가 계기가 되어 마리 리는 자신의 뿌리에 대해 깊이 생각하기 시작했다고 회고한다. 이런 문제가 비단 마리 리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 자녀 모두의 문제일 수 있다는 것은 자명하다. 이런 관점에서 마리 리의 작품들은 우리와 공명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녀의 첫 작품 ‘나의 목소리를 찾아서’를 살펴보자. 주인공 엘렌 성은 미네소타 백인 마을에서 성장한다. 엘런은 친구들로부터 인종 차별적인 놀림을 받는데 부모는 딸이 하루속히 미국 사회에 적응하기 바라는 마음에서 한국, 정체성 같은 것은 전혀 얘기도 하지 않는다. 이런 부모와 현실 사이에서 엘렌은 심한 갈등을 겪는데, 이런 과정을 실감나게 잘 그려내고 있다. . 마리 리는 94년 이 작품의 속편인 ‘작별하기’(Saying Goodbye) 를 내 놓았는데 하버드 대학에 진학한 엘렌이 사랑, 인종, 사회 적응 같은 이슈에 대응하는 모습을 잘 그려내고 있다.
사실 마리 리는 청소년 작가로 더 널리 알려져 있는데, 아동 문학 분야에서도 훌륭한 세 작품을 내 놓았다 -추파카브라스의 밤(Night of the chupacabras), 윤준이 아니었더라면(If it hadn’t been for Yoon Jun), F는 좋은 점수예요(F is for fabuloso) .
이 세 작품 중 책 제목부터 위트가 넘치는 ‘F는 좋은 점수예요’(F is for Fabuloso)를 소개한다. 주인공 진하(Jin-Ha)는 7학년에 재학중인 발랄한 학생이다. 한국에서 미국으로 이민온지 2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녀의 부모보다 미국 생활에 더 잘 적응해 나간다. 그러던 중 진하가 그녀의 수학 시험에서 F를 받게된다. 미국의 교육 시스템을 모르는 진하의 어머니가 F가 어떤 성적이냐고 묻자 진하는 잠시 머뭇거리다 “F는 좋은 성적이예요. F는 Fabuloso 즉 우수하다는 말이예요”라고 거짓말을 한다.
나쁜 성적을 감추기 위해 부모에게 거짓말을 한 진하는 성적 나쁜 F를 받은 일보다 거짓말한 사실이 더 나쁘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 후 부모님께 거짓말한 죄책감으로 크게 고민하던 진하는 열심히 노력해 자신의 성적을 실제로 올리겠다고 결심한다. 이 과정에서 진하는 많은 친구도 얻고 성적도 실제로 올리게 되며, 결국 미국 생활 적응에 재미를 붙이게 된다.
이 작품은 영어로 된 책이면서 한인의 정체성, 학교 생활, 어려운 이민 생활 등을 실감나게 다루었다는 면에서 많은 의미가 있으며, 또 재미도 있다. 초등 학교 4학년 이상의 자녀들, 또 부모들에게도 꼭 추천하고 싶은 좋은 작품이다.
<아동도서 전문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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